[르뽀]사과 2개에 만원이라니...손님도 상인도 한숨만

입력 2010-09-1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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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남대문시장, 건너편 백화점은 북적...상차림 선물 양극화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열흘정도 앞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마련된 추석선물 코너는 선물, 제수용품을 준비하려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사진=임영무 기자
“사과 5개 만원이 2개에 만원이 되니 누가 사겠어요”

남대문 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임철수(청과업ㆍ62ㆍ개봉동)씨는 울상이다. 태풍과 날씨 탓에 과일 작황이 좋지 않아 어렵게 물건을 구해와 팔아도 비싼 가격 때문에 손님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사과 5개 만원이 2개에 만원이 되니 누가 사겠어요. 바나나 포도 등 값이 적게는 20~50%까지 뛰었어요. 여기 오는 사람들 주머니 사정 알기 때문에 가격이 올랐어도 비싸게 못 팔아요. 거의 손해 보며 파는 꼴이죠. 추석이면 그래도 오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오늘도 영 사람이 없네요”라고 말했다.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30분 만에 찾아온 주부는 바나나 2쪽에 천원이라는 말에 곧바로 등을 돌려버렸다.

추석을 앞두고 백화점 상품권 판매율은 전년에 비해 30%이상 늘어나 전반적인 경기회복세가 완연한것 아니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실적이 좋아져 그만큼 추석상여금이 두둑할 것이기 때문에 올 추석은 그나마 작년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태풍 곤파스와 이상 기온 등으로 과일이나 채소 등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추석경기는 바닥이다.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수를 줄이고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 된장찌개를 줄이고 김치찌개를 끓여먹겠다고 할 정도다.

지난 10일 본지는 재래시장과 대형할인마트, 백화점 등을 돌며 소비자들이 느끼는 추석 체감경기를 알아봤다.

◇ 남대문 등 서민 찾는 재래시장엔 발길 '뚝'

서민들이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가는 재래시장은 지금 장이 열리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람들이 뜸했다. 추석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한산한 분위기에 시장은 한가위의 풍성함은 찾기 힘들었다. 재래시장을 찾는 수가 전년 대비 삼분의 일이나 줄었다고 했다.

시장으로 어려운 발길을 한 사람들도 명절선물을 사러 왔다기 보다는 평소처럼 몇 가지 필요한 물건만 봉지에 챙겨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나로마트 양재점도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를 구입하려는 알뜰족들로 붐볐다. 하지만 선뜻 추선선물세트를 집어가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아직 추석까지 1주일 이상 남아있는 탓도 있겠지만 요즘 추석선물이 워낙 고가이기 때문이다.

김현자(주부ㆍ36ㆍ신림동)는 “수박 한 덩이에 1만원짜리가 이제는 2, 3만원 가까이 줘야 살 수 있어요. 과일 외에도 전반적으로 조금씩 다 올라 계산할 몇 가지는 빼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중소 식품제조사에 다니는 남편의 명절 보너스도 지급되지 않거나 조금 밖에 안 나올 것 같다”면서 올해 추석선물은 비교적 저렴한 멸치 세트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은 품목은 청과다.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사과는 5㎏(16개) 기준으로 지난주보다 4000원(8.7%) 오른 5만원, 배는 7.5㎏(12개) 기준으로 2000원(4.7%) 오른 4만5000원에 팔리고 있다. 복숭아는 4.5㎏짜리가 3만9500원으로 1만원(33.9%)이나 올랐다.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석을 앞두고 이 같은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기업과 달리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추석 체감경기는 과일 등 제수용품의 급등으로 작년만 못하다는 게 일반적이다.

◇ 백화점엔 고객 몰려 제품 '품절'...상품권도 전년 대비 30% 더팔려

“고객님, 최상급 한우가 팜플렛에 제시된 가격보다 더 저렴해요. 한번 둘러보세요”

한가위를 앞두고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롯데백화점 소공동점 식품관은 평일 오후 시간인데도 북적거렸다. 과일, 건어물, 육류 등 추석선물을 판매하는 코너에는 배송담당 직원들이 따로 상시 배치돼 물품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보내기 위해 상품 포장에 여념이 없었다.

배송 담당 직원은“추석 당일 맞춰서 선물을 보내기보다 미리 여유롭게 추석선물을 차분히 고르시는 고객 분들이 많아요. 추석 전 10일인 지금이 가장 피크에요. 저희 백화점에서는 추석선물 무료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고향에 간편하게 내려가실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갈비, 정육, 굴비, 옥돔 등 대부분의 추석선물 품목이 전년 대비 약 20% 이상 판매가 늘 것으로 예상해 재고를 넉넉히 준비해 놓고 있다. 특히나 가격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소비자가 많이 오는 백화점은 ‘추석대박’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롯데백화점 상품권 판매도 지난 2주간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2% 늘었고,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역시 각각 36.7%, 13.5% 늘었다. 상품권 판매는 추석이 가까이 오면 더욱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심지어 물량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기도 했다. 날씨와 태풍의 영향으로 과일선물코너에 진열된 과일세트에는 '롯데사과세트(20개) 14 만원, 특선사과세트(11개) 11만5000원, 특선사과 하우스배혼합세트(사과 6개 배 6개) 13만원 제품이 동이 났다.

롯데백화점 소공점 김성배 매니저는 “태풍의 영향과 올해 과실의 성장기인 4월에 평년보다 기온이 낮아 과실류의 수확량이 줄었다”며 “추석선물로 많이 쓰이는 대과 류가 20~30% 감소하였으며 청과 선물 가격도 작년 추석에 비해 15~20%가량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과일을 사러온 김현자(58, 주부)씨는 “매년 마다 과일을 선물로 샀는데 올해는 좋은 과일이 많이 없네요. 좋은 과일을 사러 백화점까지 왔는데 과일 품목이 작년보다 다양하지 않네요. 가격도 더 비싸요”라고 말했다.

◇ 근본적인 '물가안정' 대책 마련 시급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경기회복세에 들어섰다고는 하나 서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 가격이 비싸도 백화점은 호조세고 재래시장은 바닥이다. 물가 때문이다. 정부가 과일과 채소값을 잡기 위해 농협유통센터 등을 통해 무와 배추 등을 20% 이상 싸게 공급키로 했다. 마늘의 경우 지난 달 500톤 수준에서 1500톤까지 늘리고 명태도 추가로 5만톤을 추가 방출키로 하는 등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양재동 하나로마트와 수도권 5개 농협 유통센터에는 12일까지 할인판매를 하면서 배추는 하루 11만 포기 무는 3만4000개 한정으로 678톤이 시중가격보다 20-30싸게 공급되고 있다. 또한 전국 공공기관 주변에 직거래 장터를 2,500여개 설치하고 농산물유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성수품 구매 적기와 구매처별 가격 정보도 제공키로 했다.

그러나 오른만큼 다오른 장바구니 물가를 잡아내리기엔 한계가 크다. 이미 오를대로 올라버린 물가에 대해 일부 유통망을 통한 물가관리는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는 것이다.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김선정씨(40 주부)는 "폭염과 폭우등 기상 조건에 대비한 물가관리는 전혀 하지 못한채 명절만 가까와오면 내놓는 이런식의 반짝 세일은 소비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정부에게도 날씨와 수입물량 등을 고려한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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