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은마 호가 3000만원 올라..목동도 급매물 사라져
#1. 강남과 분당에 아파트 두채를 소유하고 있는 강기섭(50ㆍ가명)씨. 올해 안에 한채를 팔아 치우겠다고 마음먹은 강 씨는 최근 분당 서현동 아파트(228㎡)를 11억5000만원에 내놨다.
하지만 그의 생각이 180도 변했다. 지난달 8.29부동산 대책 발표 소식을 접한 이후부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가 연장된 만큼 급하게 집을 팔 이유가 없어져서다. 그는 인근 중개업소를 찾아 "13억원 이하로는 못 팔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나왔다. 호가를 무려 1억5000만원이나 올린 셈이다.
#2. 목동 7단지에서 B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윤승혜(45ㆍ가명)씨는 DTI(총부채상환비율)폐지 뉴스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10억5000만원에 계약하기로 했던 집 주인이 느닷없이 "잠깐 보류하자"며 '거래불가' 통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파격적인 부동산 대책에 집을 팔려던 사람이 매물을 거둬들인 것.
윤 씨는 "거래가 뜸한 가운데 공을 들인 계약인데 물거품이 돼 버렸다"며 "(이런 분위기는) 타 단지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푸념했다.
DTI규제 한시적 폐지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호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급매물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를 좋아하는 큰 손들이 몰린다는 버블세븐 지역이 또다시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강남 재건축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최근 매물은 호가가 최대 3000만원까지 올라서 나오고 있다. DTI폐지 지역에서는 제외됐지만 재건축 사업 용역회사 선정 등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으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현재 은마아파트의 호가는 102㎡형 기준 9억원까지 오른 상태.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은마아파트 102㎡형이 9억원대에서 마지막으로 거래된 것은 지난 4월(9억2000만원)이었다.
L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한 달 새 가격이 가장 낮은 급매물은 대부분 거래가 끝났다"면서 "집값이 더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102㎡형의 경우 8월 초 8억4000만원의 급매물이 있었지만 현재는 9억원까지 올랐다"며 112㎡형도 9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정도 가격이 오른 매물이 나와있다"고 했다.
인근 잠실 주공 5단지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112㎡형이 한 달전에 비해 최고 2000만원 오른 10억9000만원에 거래 됐다.
특히 8.29대책 발표 이후 주택형별로 호가가 1000만~2000만원씩 상승했다. 인근 J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격이 소폭이나마 오르고 있다"며 "양도세 완화 2년 연장으로 집을 파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게 덜 손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퍼져 호가가 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값 아파트가 됐다는 얘기까지 들리던 목동도 벌써부터 달아오를 조짐이다. DTI폐지 뉴스가 날아든 이후부터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지역은 최근 수년간 집값이 하락해 지난해 반값 아파트라는 굴욕적인 얘기까지 들어야 했다.
이에 집 주인들이 집을 팔고 전세로 살거나 그 돈을 예금으로 투자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것. 특히 보금자리 주택을 기다리며 매수 타이밍을 미루는 실수요자들이 대다수 였다. 하지만 이번 DTI폐지로 거래시장이 바닥을 다질 것이라는 시각이 늘고 있다. 실제 이미 호가는 오르고 있고 매물을 회수해 가는 집 주인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매수세가 붙어줄지가 관건이라고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7단지 내 B공인 관계자는 "목동 아파트 시장을 먼저 움직이는 사람들은 실수요자들이 아닌 강남 사람들"이라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있지만 이를 받아 줄 가수요(강남 투자자)가 받쳐 줘야 한다. 이들의 매수세가 붙어 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