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광교 잇는 ‘중심축’...주거공간, 넓은토지 ‘강점’
IT 메카로 불리던 테헤란로를 벗어나는 이른바 ‘탈 강남 현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분당, 판교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하면서 IT 기업들이 강남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분당에는 KT, SK C&C, NHN, 포스코ICT, 휴맥스, 네오위즈게임즈 등 430여 개의 IT기업이 입주해 있다. 또 66만1915㎡ 대지에 세워지는 ‘판교테크노밸리’의 모양새가 구체화되면서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해 삼성테크원, SK텔레시스, 넥슨, SK커뮤니케이션즈 등 260여 개의 IT 관련 업체들의 입주가 예약돼 있다.
지난 1990년대 후반 지하철 2호선 강남역과 삼성역 사이를 연결하는 테헤란로 인근에 IT 업체들이 모여들며 ‘테헤란 밸리’란 말이 생겨났다. 이후 테헤란 밸리는 역세권과 경기 인근으로 연결되는 광역 교통망, 고층빌딩 밀집, 다양한 시설과 주거 지역 등의 장점으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몰리면서 형성됐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와 장기간 지속된 경기 침체 여파로 대한민국 첨단 브레인 그룹의 대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서현역 주변에는 포스코ICT 등 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수내역에는 SK텔레콤의 네트워크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들의 특징은 연구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기업이거나 각 기업의 연구개발센터라는 점이다. 지난 1990년대 후반 'IT 버블(거품)'을 상징하던 테헤란밸리와 IT제조업 중심의 서울디지털산업단지(구로)와 대조되는 부문이다.
분당에 자리잡은 IT업계 관계들은 땅값과 임대료가 싼 것이 IT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무상 서울을 자주 왕래해야 하는데, 전철이나 버스, 광역도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1시간 안팎이면 다닐 수 있고, 분당이 주거 공간으로도 선호되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2013년 완공을 앞둔 판교 테크노밸리가 어느정도 구체화된 모양새를 갖추고 있어 IT기업들의 판교 러시는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판교 테크노밸리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뛰어넘자는 기조 아래 경기도가 조성 중인 총 면적 66만여 제곱미터의 대규모 IT 단지로 정보통신, 콘텐츠, 바이오, 생명공학 관련 기업만이 입주할 수 있다.
경기도시공사에 따르면, 판교테크노밸리 내에서 건축 착공 중인 16개 필지 가운데 판교벤처밸리와 삼성테크윈은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 3월 사용승인이 났고 SK케미칼은 지난 4월 말 준공을 시작했다. SK텔레시스, 안철수연구소, 넥슨,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굴지의 IT기업들도 줄줄이 입주할 계획이다. 현재 10여개 기업이 한창 공사 중이다.
당초 수도권 브레인 집합소를 자청한 판교테크노밸리는 입주자 선정과정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대다수 업체들은 기업현황, 재무능력 상태, 사업타당성, 재원조달계획과 관리운영계획, 시설계획 및 건축계획 등의 평가기준으로 테스트를 치뤘고, 결국 입주업체 간 불꽃경쟁을 뚫은 260여 개업체만이 판교 입성 자격을 얻었다.
업계 관계자는 “판교 테크노밸리는 일단 임대가 아닌 입주의 형태이기 때문에 유지 비용이 적게 든다”면서 “강남 지역에 비해 땅값이 싸고 정부와 시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연관 산업과의 신기술 정보 교류와 연구 개발의 집적지로서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