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근의 재계 산책] MB정부의 공정과 승자독식의 이율배반

입력 2010-08-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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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경제정책 중 영원한 고민거리 중 하나는 바로 ‘성장’과 ‘분배’의 문제다.

과거 10년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정책의 무게를 두었으며, MB정권으로 교체되면서 이같은 기류는 다시 균형점을 맞춰가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층의 잇따른 ‘대기업 책임론’ 발언은 정책기조가 ‘공정’이라는 포장을 한 ‘분배’에 촛점을 맞추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지난주부터 삼성전자, 현대차, LG그룹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잇따라 협력업체들과의 상생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상생협력펀드를 조성하고, 중소기업의 자생력 확보를 위해 기술 및 교육 지원 등 다양한 상생내용을 담아 결국 정부의 압박(?)에 두 손을 들고 만 것.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그들의 협력업체들은 여전히 경영난을 호소하며 어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이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모습을 보이기보다 협력업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생겨난 이래, 상황에 따라 정부의 개입이 활발한 수정자본주의가 성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수정자본주의체제는 경제학자들조차도 국가적 비상사태가 아닌 경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경제학 이론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지나치게 대기업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여론이 조성되자 “시장원리에 맡기겠다. 정부도 협력업체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도적 보완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대기업들은 이미 알아서 국가권력에 굴복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MB정부의 권력 분배는 철저한 승자독식 논리만 존재한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사들에 대한 회전문식 교차 기용이 대표적이다.

특히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의 사례는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문제의 배후실세로 지목되고 있던 박 차관(당시 국무총리실 차장)이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사회 각계의 비난 속에서도 국내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임명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대기업에게는 ‘공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면서, 정부 인사에서는 정권창출에 공을 세운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보장해주는 철저한‘승자독식’의 논리를 내세우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책결정자들은 국가발전이라는 대명제 아래에서 인사, 예산, 정책 등 모든 업무를 공정하게 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이중 잣대 적용은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근간인 자본주의 사상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장경쟁논리를 무시한 채 정부 권력을 이용해 시장에 개입하고 이를 통해 분배를 하겠다면 좌파정부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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