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개혁ㆍ바젤III 등 당초안보다 크게 완화
글로벌 주요국이 경기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각종 규제가 완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위기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과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당국이 당초 원안대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금융권에 대한 강력한 규제개혁, 은행 자본 건전성 강화, 은행권 건전성 심사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형 은행들의 압력 등에 이기지 못해 규제가 완화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
우선 1년여의 진통 끝에 통과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금융규제개혁법안은 강한 규제를 요구했던 상원의 당초 안보다 완화되는 선에서 합의안이 도출됐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금융개혁안의 통과를 위해 공화당 측에 상당부분 양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월가 대형 은행들이 반대해왔던 '볼커 룰'이 원안보다 완화됐고 은행세는 아예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들은 자기자본의 3% 안에서 헤지펀드나 사모투자펀드(PEF) 투자가 가능해졌다.
초기 볼커 룰에서는 은행들의 헤지펀드나 PEF 투자가 아예 금지될 형편이었다.
일각에서는 최초 제안된 볼커 룰에 비해 규제 강도가 일정 부분 완화된 것이 월가의 로비전이 승리한 결과가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헤지펀드와 PEF 투자 등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린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과 일부 상업은행들은 로비스트들을 고용해 볼커 룰을 완화시키려는 시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자본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논의된 새 기준인 '바젤III'도 국제결제은행(BIS)가 마련한 원안보다 대폭 완화된 수준에서 합의됐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이하 바젤위원회)가 발표한 바젤III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의 견제와 은행의 로비에 밀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쟁점이었던 은행의 기본자기자본비율(Tier1)에 은행이 타 금융기관에 가진 지분을 제외시키려던 당초 계획은 철회됐다.
당초 안에서는 대형 은행이 소유한 신흥국 은행 등의 소수 지분이 자본이 아닌 위험자산으로 분류될 경우 유럽 은행들은 대부분 자본 부실은행으로 전락할 처지였다.
유럽 은행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나타나자 독일과 프랑스 정부는 경제 회복을 앞세워 일찌감치 은행 편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번 수정안은 자본의 정의가 정해졌을 뿐이며 구체적인 자기자본비율 수치는 오는 9월 바젤위원회 회의에서나 확정될 예정이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넓어지더라도 기본자기자본비율에서 요구되는 수준이 높게 설정되면 자본 확충이나 대출 자산 압축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주요국들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또다른 로비전을 벌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인 미국과 영국은 방만한 대출 확대에 제동을 걸기 위해 기본자기자본비율 수준을 6% 이상으로 높게 설정하자는 입장인 반면 독일과 프랑스 등은 되도록 낮추기를 바라고 있다.
바젤III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안이 도출될 예정이다.
최근 유럽 은행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건전성 심사인 스트레스테스트 역시 기준이 엄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91개 유럽 은행들을 대상으로 유럽연합(EU)이 실시한 테스트 결과 7개 은행만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유명 투자가 짐 로저스는 "유럽의 스트레스테스트는 1년 전 미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홍보용에 불과했다"면서 "이번 테스트는 시간만 낭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모건스탠리도 "자본 기준이 지나치게 완화돼 17개 은행이 가까스로 통과했고 필요 충족 금액도 35억유로에 그쳤다"면서 "기본자기자본비율을 6%보다 높은 8%로 설정했다면 증자 예상 규모가 270억유로로 불어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