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한 것과 관련해 우리은행측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손절매 규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우리은행은 벽산건설 주식 147만5689주(5.38%)를 모두 장내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선 워크아웃 대상을 발표하기 직전에 주채권은행이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한 것은 사전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절매 규정에 따른 매도였다"고 전했다.
은행의 증권업무지침에 따라 주가가 장부가 대비 한번이라도 35%이상 하락하면 5영업일 이내 손절매를 하도록 돼 있어 매도를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벽산건설이 손절매 지침에 해당돼 지난 8일부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거래량의 30%이내에서 팔아왔다”며 “거래소의 위법성 여부 판단이 빨리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우연일 뿐 고의성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은행 보유 주식 중 손절매에 해당하는 종목은 대우인터내셜이 있다. 장부가 대비 50% 이상 하락해 손절매 규정에 포함되지만 채권단의 보유 약정으로 인해 팔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리스크 관리 기준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손절매 35% 룰을 적용하고 있는데 기준이 되는 가격이 취득원가가 아닌 장부가 기준이다.
그렇다면 한 해에 30%씩만 하락한다면 결국 90% 이상 손실이 나도 들고 갈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결국 손절매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 셈이다. 물론 손절매 기준을 완화하거나 탄력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최근의 기조이긴 하지만 증권사보다 훨씬 엄격한 룰을 적용하는 것이 은행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자산운용팀 매니저는 “로스컷(Loss-cut, 손절매)은 취득가 대비 20%에서 행하고 있다”며 “장부가 대비 로스컷은 위험이 너무 커 적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은행의 35% 손절률은 너무 과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훨씬 위험도가 높은 증권사의 경우에도 일부 공모주(IPO)투자를 제외하곤 20% 전후를 손절 기준으로 잡고 있다.
주식투자 담당자의 소신이 있더라도 위험을 줄이는 게 우선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손절률은 20%에서 30% 수준으로 이를 넘어가는 경우는 극히 적다”고 “심지어는 10%를 손절 기준으로 잡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