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은행 고정환율제 폐지 시사.. G20 앞둔 선제 대응 빈축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년여간 지속해온 위안의 달러에 대한 사실상의 고정환율제 종료를 시사했다.
인민은행은 19일(현지시간) 웹사이트 상의 발표문을 통해 “중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어 환율 결정 시스템을 개혁해 위안의 유연성을 확대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달러ㆍ유로ㆍ엔 등 복수통화 바스켓을 참고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다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민은행이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으나 오는 26일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20개국ㆍ지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2년 만에 위안화 절상을 향한 예비조치라고 해석했다.
인민은행은 또 “대규모 절상의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기존 외환시장 환율변동폭 내에서 위안화 환율을 관리ㆍ조절하겠다”고 천명했다.
인민은행은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일일 변동폭은 현재의 상하 0.5%로, 유로ㆍ엔 등에 대해서는 상하 0.3%로 유지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민은행의 갑작스런 발표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G20 정상이 중국이 수출 촉진으로 과소평가된 위안화 시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위안화 절상 수순을 밟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의 짐 오닐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진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는 새로운 작은 승리”라며 “이에 따라 미 정부ㆍ의회의 중국 때리기가 한층 곤란해질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제출 시기는 원래 지난 4월 15일이었지만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에 대한 위안화 절상 압박 수위를 높이며 제출을 연기해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왔다.
인민은행의 페그제 폐지 시사에 가이트너 장관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것과 동시에 “적극적인 실행이 균형 잡힌 세계 경제성장에 공헌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당국자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는 중국의 발표에 대해 미리 통보받았다.
중국 인민은행의 발표 직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곱지않은 시선이 이어졌다. G20을 앞두고 각국 정상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 맞서기 위한 선제조치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사회과학연구소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G20 전에 위안에 관련된 행동을 취해 화두를 선진국의 재정적자로 옮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이것으로 G20 정상이 선진국의 채무 증대 등 세계 경제 불균형의 주된 요인에 중점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인민은행의 발표는 위안 절상이 아닌 절하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위안이 유로 대비 일정기간 평가절상돼온 만큼 달러 대비 유로가 수개월간 평가절하된다면 위안도 달러 대비 평가절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세계적 금융 위기에 따른 수요 감소에 수출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2008년 7월 이후 달러 대비 위안 가치 상승을 저지해 왔다.
위안은 2005년 7월 페그제가 폐지된 후 3년간 달러에 대해 21% 상승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주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보다 유연해지면 금융정책 결정에서 자유도가 높아져 수입 비용 억제로 인플레 압력이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인민은행이 지금까지 계속 달러를 매입해옴에 따라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조400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인민은행의 리다오쿠이(李稲葵) 화폐정책 위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국 경제가 강력하게 회복돼 인플레 압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위기 시에 도입한 환율정책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위안의 향후 추세는 유로 시세 및 다른 주요 통화의 움직임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건설은행의 자오칭밍(趙慶明) 수석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의 성명은 달러에 대한 페그제의 폐지를 의미하고 있다”면서 “유로 시세가 이대로 약세가 계속되면 위안 시세는 달러에 대해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용어설명]
페그제(고정환율제) : 자국 화폐를 고정 환율로 묶어 두는 제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