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등 수도권 신도시 급락...입주물량 많은 곳 영향
아파트값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물경기를 비롯해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어려운데다 버블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변동률은 -0.76%로 지난해 동기대비 0.55%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전세가는 2.73%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매매 하락 지속, 지방은 상승기조
올 상반기 수도권 매매변동률은 -1.31%를 기록해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지난해 상반기 보다 무려 1.2%포인트 낮았다. 신도시가 -3.41%로 하락폭이 컸던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0.83%가 하락했고 권역별로는 강남권이 1.40% 낮아져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강북권(-0.93%), 강서권(-0.72%)이 뒤를 이었다.
강남권은 주로 재건축아파트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하반기까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강북권의 경우 미아 및 길음뉴타운내 많은 입주물량 탓으로 약세를 보였다.
수도권 중에서도 신도시가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특히 일산이 -6.06%로 낙폭이 컸으며 파주교하(-5.20%), 산본(-4.33%), 평촌(-3.59%), 분당(-3.48%), 김포한강(-2.03%)이 뒤를 이었다.
가장 낮은 하락세를 보인 지역은 중동신도시로 -0.23%를 기록했다. 반면 판교의 경우 신도시 중 유일하게 2.58%로 플러스 상승세를 기록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1기 신도시의 경우 대부분 건물이 노후화된 데다가 이를 해결해줄 리모델링 사업 완화규제가 더디기 때문”이라 말했다. 또 “2기 신도시의 경우 보금자리주택 가격과 입지 영향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입주물량마저 대거 공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도(-1.53%)와 인천(-0.74%)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기도의 경우 동두천이 -7.26%로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으며 고양시(4.36%), 용인시(2.78%)가 뒤를 이었다. 인천은 연수구(-1.47%)가 하락세를 주도했다.
주로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는데 실제로 용인시와 고양시의 경우 올해 입주물량이 각각 1만5589가구, 1만3511가구 였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1.23%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부산이 3.89%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대전시가 1.77%, 경상남도가 1.09%로 뒤를 이었다.
이 소장은 “지방의 경우 수도권 아파트가 상승을 보이는 동안 상승세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지역간 격차가 커졌다”며 “부동산침체로 신규분양이 적어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적은 것도 시세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전세는 수도권, 지방 모두 상승세 보여=
수도권 전세가는 2.86%로 매우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세가 상승률이 0.94%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1.9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전세가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서울로 3.29% 상승세를 보였다. 매매변동률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던 신도시도 3.12% 상승 흐름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큰 폭으로 오른 이유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떨어지자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탈 수요가 그대로 전세로 남았기 때문이다. 또 보금자리주택으로 무주택세대주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세입자가 늘어난 것도 전세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다.
이 연구소장은 “연초 서울을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많지 않은 가운데 재건축, 재개발 사업 추진 등으로 기존 주택이 없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전세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지방 전세가 상승률은 매매가와 같이 2.58%로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매매변동률과 마찬가지로 부산이 6.20%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대전이 5.61%로 뒤를 이었다.
이 연구소장은 “그동안 분양시장이 어려웠던 이들 지역은 지금까지 신규분양물량이 많지 않아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크게 적었던 것이 전세가 상승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외 충북, 충남, 경남 등이 강세를 보였는데 이들 지역의 경우 산업단지를 포함해, 전세수요가 다른 곳보다 탄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