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매수 전환 속단하긴 일러...순매도 약화 가능성은 증가
외국인투자자가 열흘만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그간의 순매도 일변도에서 벗어나 '바이 코리아'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5월 중 외국인의 순매도 자금 중 유럽계 자금이 대부분 빠져 나갔고 대내외 악재 역시 진정되는 분위기여서 이러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만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러한 기대감을 갖기에는 악재의 완전한 해소까지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예상되는 만큼 단 하루의 순매수를 두고 매매 기조를 전환할 것이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전보다는 순매도 강도가 약화될 가능성은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는 28일 현재 전일보다 0.95%(15.28p) 오른 1622.78을 기록해 사흘 연속 상승하면서 1620선에 안착했다.
중국 정부가 유로존 채권 보유를 재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유럽 재정 위기 우려가 완화됐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증시가 상승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재차 부각된 5월초 이후 지난 7일 1조2459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포함해 지난 27일까지 무려 6조50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하며 코스피지수를 1560선까지 끌어내렸다.
외국인이 5월달에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11일과 13일 이후 28일 현재까지 단 사흘밖에 없을 정도로 주식시장의 수급 상황은 극도로 악화됐었다.
또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달 20일 이후 천안함 침몰 사태가 북한에 있다는 결과 발표로 남북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부각됨에 따라 외국인 매수세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시장은 10거래일만에 제한적이나마 외국인이 순매수를 보였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려 하고 있다. 여기에 코스피지수가 지난 25일 바닥을 확인한 이후 사흘 연속 반등하고 있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들면서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속단하긴 이르다고 진단했다. 그간 빠져나간 유럽계 자금은 국내 증시에 유입된 전체 유럽계 자금의 일부에 국한돼 향후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추가적인 순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25일까지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팔아 치운 주식 규모는 약 5조3859억원에 이른다. 이중 유럽계의 순매도액은 3조1369억원으로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중장기 투자자금으로 평가받는 미국계 자금은 1937억원 빠져나가는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 4월말 현재 금감원이 파악하고 있는 유럽계 자금의 총 규모는 약 100조원 수준이고, 단기성 자금이 전체 자금의 30% 즉 30조원 가량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언제든지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이 최소 27조원 이상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순매도가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증대와 컨트리 리스크로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 있다"며 "다만 그 정도는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남유럽 재정위기로 유동성 위축이 심화되는 유럽계의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며 "관건은 남유럽 위기의 진정 여부인데 7월 국채 만기 이전인 6월이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남유럽 위기가 진정될 경우 외국인의 매도도 완화될 것"이라면서 "5월 들어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고 있지만 채권은 꾸준한 매수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은 현재 외국인의 매도가 '셀 코리아'현상은 아니라는 증거이며, 외환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