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등에는 선반영으로 큰 영향 없을 전망
2007년 서울 마포의 149m²(45평)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4억원의 담보대출을 받은 김모씨(43)는 한 달 이자만 월 150만원에 달한다.
이씨는 하반기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걱정이 크다. 금리가 3%p 오르게 되면 월 100만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늘게 된다. 안 그래도 담보대출 이자로 허덕이는 살림이 더 빠듯해지는 것이다.
프리미엄을 노리고 대형평수를 분양 받았지만 아파트 가격은 오르지 않고 이자부담만 늘면서 이씨는 작은 평수로 갈아타는 것도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의 중소 건설업체 사장 박모씨(48)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정책자금 외에 은행 대출 40억원을 따로 안고 있어 금리가 오르면 이자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 회사가 한계상황으로 몰릴 것이라는 걱정이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경경 대응에 따라 더블딥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하반기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은 위와같은 부실 가계와 기업의 구조조정을 서두르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명목 정책금리는 현재 2%로 물가상승률이 4월 2.8%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인 상태다.
금리가 오른다면 서민생활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까?
25일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금리가 낮으면 낮은 생산성의 기업이 계속 살아남으면서 자원을 축낸다”면서 “금리가 오르면 이들 한계 기업들의 퇴출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금리인상은 과열된 경우 실질성장률을 잠재성장률로 적정하게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경기가 위축된 경우 당국은 금리 인하를 통해 실질성장률을 잠재성장률로 적정하게 끌어올리게 된다.
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 투자 등의 총수요를 눌러주는 효과가 있다. 가계에는 소비 위축 여지로 작용한다.
금리 인상은 이처럼 지출 면에서 경기를 조절한다.
김영일 부연구위원은 “금리인상이 적정금리로 향하는 방향성인 경우에는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촉진한다”면서 “금리가 적정금리에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일으키면서 낭비와 과다한 고용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은 이처럼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크게 하면서 가용소득을 줄어들게 하고 소비를 줄이는 면이 있는 반면 이자소득을 늘어나게 한다.
일단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안고 있는 가구의 이자 부담이 증가한다.
1억원의 부채가 있을 경우 금리가 1%p 오르게 되면 연 100만원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진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부동산 가격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반면 금리가 인상되면서 이자가 늘어나 거꾸로 예금 생활자들에게는 이득이다. 1억원의 예금이 있다면 금리가 1%p 오를 경우 연 100만원의 이자를 더 받게 된다.
금리가 오르더라도 증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부연구위원은“이미 장기예금 금리 등 시중금리에 금리인상 전망이 선반영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금리가 오르더라도 경제에 큰 충격은 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증시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금리 인상의 시차가 존재하고 선반영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금리인상은 위의 예와 같이 한꺼번에 3%p 급격하게 오르기 보다는 한번에 0.25%p 정도 여러 차례에 걸쳐 완만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리가 인상될 경우 고금리 수익을 노리는 외국인의 채권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투자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가 늘게되면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늘면서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오르면 내수는 국내재화수요가 줄고 해외수입재도 역시 수요가 줄어들지만 환율효과가 이를 상쇄하는 면이 있다.
금리 인상으로 순수출은 줄어들게 된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의 투자도 완만해지게 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기업 투자의 경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 때문에 금리 정책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직접 투자의 경우에는 영향이 크지 않고 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의 경우 금리가 높아지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은 보유 자금의 이자소득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