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② 유로 붕괴 현실화할까

유로존 붕괴 악몽...금융시장 시계제로

(편집자주: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 매입에 나서는 재정위기 사태 진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유로존은 물론 유로화 붕괴 가능성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뾰족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3회에 걸쳐 통화정책 문제점과 외환•주식시장을 진단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ECB 국채매입...언발에 오줌누기?

② 유로 붕괴 현실화할까

③ 美 블랙먼데이 다시 오나...올해 1987년 판박이

유럽의 재정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유럽연합(EU)의 온갖 시도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유로화 붕괴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런던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 대비 1.2237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2006년 4월 이후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 대비 유로 가치 변동 추이(마켓워치)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을 통한 과다 유동성 흡수계획 및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재무장관 회의 결과에 대한 기대로 다시 반등했지만 유로화의 불안한 모습은 여전했다.

유로는 올해 달러에 대해 14%나 하락했고 일부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유로가 달러와 대등한 가치로 거래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포렉스닷컴의 브라이언 돌란 외환부문 선임 스트레지스트는 “유로가 올해말까지 달러 대비 1.15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며 “오는 2011년에는 유로와 달러 가치가 거의 대등해질 것”이라 예측했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도 지난 15일 달러 대비 유로 가치가 오는 2011년에 1.10달러대로 하락하거나 유로가 달러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쟝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유럽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시장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로화 가치 하락으로 유럽경제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권이 단기 대출비용 증가에 따라 신규 대출을 줄이고 채권회수를 서두르면서 경제발전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유럽에서 견실한 경제주체로 평가받는 프랑스 및 독일 같은 나라들이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스 등 재정적자가 심각한 나라의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면서 동반부실이라는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7500억유로(약 1102조원)의 구제금융기금을 조성한 것이 오히려 유럽 각국의 부채를 늘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대학의 니알 퍼거슨 경제역사학 교수는 “구제금융기금은 그리스를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의 은행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서 “EU는 불을 끄기 위해 물을 퍼붓고 있지만 재정위기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각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 국내총생산(GDP)의 0.3%에서 지금은 6%로 크게 증가했다며 만약 공공부채를 이전수준으로 감축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절반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화의 위기는 유럽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및 세계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요소로 떠올랐다.

유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독일의 자동차나 이탈리아의 가죽제품 같은 유럽산 수출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금융시장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통해 유럽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단기채권에 투자한 돈은 대략 5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유럽의 재정위기가 미국 등 다른 지역으로 번져가는 눈덩이 효과(Snowball Effect)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 은행들은 스페인에 860억달러, 독일에 2380억달러, 프랑스에 2200억달러의 채무를 각각 지고 있는데 미국은행들도 스페인 채권을 2000억달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금융시장을 진정시킬 효과적인 수단을 잃어버렸다는 것도 문제를 심각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미 지난 2008년말과 2009년초 각국 정부는 경기를 부양시키고 신용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수조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 금리는 제로수준으로 더 이상 낮출 수 없고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유럽의 긴축안은 오히려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 유럽 재정위기 사태가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페인은 최근 실업률이 이미 20%를 넘어서고 4월 물가상승률이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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