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5월 위기설 실체는-하토야마 시한부 총리로 끝나나
(편집자주: 아시아를 넘어 미국을 위협하던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이겨내고 회복하는가 싶었지만 일본 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일본의 문제가 일제히 대두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 4회에 걸쳐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국가부도 경고음.. 그리스 다음은 '日本'
② 무너지는 하토야마 내각
③ 휘청거리는 '주식회사 일본'
④ 고립되는 일본, 일본인
후텐마 주일 미군기지 이전문제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하토야마 총리가 퇴진을 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만 가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 23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후텐마 문제 해결을 약속대로 5월말까지 이행하지 못할 경우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수의 진’을 치고 후텐마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달 간의 시간을 번 셈이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테레비 도쿄가 23~25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월 말까지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하토야마 총리가 '퇴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57%로 '퇴진할 필요가 없다'(36%)는 응답을 압도적으로 눌렀다.
앞서 지난 17∼18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하토야마 총리가 약속대로 후텐마 문제를 5월까지 마무리 짓지 못할 경우 퇴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각각 51%와 53%였다.
이달 초 요미우리신문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는 후텐마 문제 미해결시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각각 49%와 47.1%였다.
사실 미국은 물론 일본 정부가 이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가고시마 현 도쿠노시마나 오키나와 주민의 반대 여론이 거세 다음달 말까지 결론을 내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후텐마 기지의 헬리콥터 부대 등 50% 이상의 기능을 가고시마 현 도쿠노시마로 옮기고 나머지는 오키나와 현 미군기지 캠프 슈워브 육상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와 도쿠노시마가 이에 모두 반발하고 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후텐마를 100%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도쿠노시마 주민들은 미군 기지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당사국인 미국 역시 기존 미.일 합의가 최우선이라며 분산이전 안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구체적 이전지에 대한 정부의 생각이 최종 결정된 상황이 아니다"고 말해 해결 시한을 한달 남짓 앞두고 아직도 정부의 최종 이전 후보지조차 확정하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사퇴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토야마 총리의 사임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하토야마 총리가 민주당 실세인 오자와의 기에 눌려 국정 운영을 주도하지 못하는 점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오자와는 정식 직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논의 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하토야마 총리의 리더십 부재를 한층 부각시키면서 야당인 자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론이 과거 54년간 정권을 휘둘러온 자민당 정권으로의 회귀를 바라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단지 하토야마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았던 만큼 정책과제를 명확하게 주도해 나아갈 능력이 없다는데 실망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인기 칼럼을 통해 지난 12일 미 워싱턴 핵안전보장정상회의에 참석한 36명의 정상 가운데 하토야마 총리를 ‘최대 패자’라고 지목했다.
당시 하토야마 총리는 양국간 현안이었던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거론하려 했으나 단 10분만에 회담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텐마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정에 불만을 드러내는 한편 이란 핵문제와 미ㆍ일 동맹 강화와 같은 원론적 사안에 대해서만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WP의 보도를 여과없이 전하면서 하토야마 총리가 일본의 대표로서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미 싱크탱크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공공정책연구소’의 마이클 오슬린 일본 연구책임자는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하토야마가 총리직에 있는 한 미ㆍ일 관계는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지적했다.
한술 더 떠서 오슬린은 “미국과 친밀해지지 않으면 일본은(아시아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고립될 것”이라며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는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