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이윤 →재투자 → 품질향상 '선순환 구조 왜곡 우려
“이달 부터 이통 3사에서 지급하던 보조금이 줄면서 공짜폰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규제가 심한 상황에서 판매점은 하루에도 수백 곳이 문을 닫고 있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최근 부쩍 줄어든 고객 수에 이같이 말하며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정부가 이동통신 요금 규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되는 모습이다.
서울 용산과 테크노마트등 판매점이 밀집돼 있는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평일 오전 시간대는 아예 구매자 발길이 뚝 끊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더구나 이달 부터 이통 3사가 휴대폰에 지급하던 보조금 액수를 낮추면서 ‘공짜폰’은 아예 내놓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말 현재 이동통신 유통망 현황을 보면 SKT, KT, LGT등 이통 3사가 보유한 대리점과 판매점은 모두 3만1924개로 이 가운데 개인사업자인 판매점은 2만8500여개가 운영 중이다.
판매점이 이동통신 유통구조의 9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면서 휴대폰 시장을 주도해 온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동통신사업자의 마케팅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보조금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판매점 부진은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분기 휴대폰 번호이동은 모두 177만1990건으로 전년대비 35만여건이 늘었다. 휴대폰 시장이 1~2분기 성수기라는 점을 본다면 올해 1분기 증가건수는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휴대폰 시장에서 더 이상 번호이동으로 가입자 유치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그동안 번호이동 제도로 짭짤하게 수익을 올렸던 판매점은 오히려 ‘약정’이라는 제도적 장치로 인해 피해를 떠안게 된 것이다.
이렇다보니 판매점에서도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번호이동보다 신규 가입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정부가 이통사 보조금 축소와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강화하면서 공짜폰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신규 가입의 경우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높기 때문에 해지 후 신규가입을 유도하는 형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매점의 영업 전략이 바뀌면서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메랑 효과’를 맞고 있다.
보조금 인하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단말기별로 5~20만원이 늘었고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시 단말기 할부금 프로그램이 최소 3만5000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무료통화와 단말기 할부금을 일부 지원해 주기 때문에 소비자 혜택이 많은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통화량이 1만~2만5000원이라는 점을 볼 때 1만5000원 이상 더 내는 셈이다.
결국 소비자가 느끼는 통신요금 체감지수는 정부 제도 개선 이전과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의 과열 경쟁을 막고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의도지만 일선 영업점과 소비자는 오히려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사업자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실제 현장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케팅 상한제나 보조금 인하등은 사업자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도 정부가 개입하면서 시장 전반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책을 오기로 해서는 안된다. 정책이 실패했다면 과감히 정리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소비자인 이용자와 관련된 정책에 있어서는 사업자간 이견부터 조정한 후에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소비자와 함께 논의하고 소비자가 보이는 정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