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메가뱅크' 주도권 氣 싸움 치열

입력 2010-04-0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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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은행들을 하나로 묶는 이른바 ‘메가뱅크’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그동안 금융위기에 따른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 등 대형은행의 파산으로 국내 메가뱅크 탄생은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부은행을 하나로 합쳐봐야 공적자금 회수가 힘들고 초대형 은행이 부실화 될 경우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는 것을 미국을 통해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

하지만 최근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고 여기에 은행대형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인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되면서 금융권 메가뱅크 방안이 또 다시 새로운 이슈로 등장했다.

특히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례적으로 잇따라 메가뱅크 주도론에 나서면서 벌써부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시작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일 ‘4월 정기조회사’에서 “한국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메가뱅크가 현실화 될 경우 국민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KB금융 회장 자리에 물러난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 간의 불편한 관계를 인식한 듯 공식적인 자리에서 조차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메가뱅크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

민영화 중심에 서 있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역시 이날 우리금융 9주년 행사에서 “민영화와 금융산업 재편이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더라도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이번 기회를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민영화가) 조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KB금융에서 민영화를 주도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표출하기도 했다.

여기에 하나금융지주 역시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기대하는 눈치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ㆍ우리ㆍ하나금융이 금융 산업 재편을 주도하려는 눈치싸움이 벌써부터 이목을 집중시킨 셈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새롭게 거론되는 메가뱅크 시나리오는 우리금융그룹과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소유인 우리금융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서 다른 국내 은행과 합병하는 것이 메가뱅크를 탄생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강 행장의 언급대로 KB금융이 우리금융과 산업은행을 하나로 합병하는 과정을 주도한다면 자산규모 789조원의 대형은행이 만들어지게 된다.

KB금융 외에 유력한 M&A 후보로 꼽히는 하나은행이 우리금융 및 산업은행과 합병한다면 자산규모는 642조원에 이른다.

두 시나리오 중 어느 한쪽이 성사되더라도 자산규모로 세계 30~40위권의 대형은행이 국내에서 탄생하게되는 셈이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산업은행을 분리할 경우엔 우리금융과 KB금융 합병을 제외하곤 자산규모가 `메가뱅크'라는 명칭을 만족시킬만한 수준엔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합병할 경우 479조원대의 자산을 기록하게 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합병한다면 자산규모는 394조원이 된다.

메가뱅크가 탄생한다면 그 시점은 올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메가뱅크 시나리오의 기본축인 우리금융의 민영화 시점이 6월2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보는 경영권과 관련한 지배지분인 `50%+1주'를 제외한 소수지분 16% 가운데 7~8%에 대해 블록세일을 실시할 방침이다.

블록세일 시기는 시장상황에 달렸지만, 오는 5월로 예정된 삼성생명 상장 이전에 실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측은 민영화의 속도를 더한다는 차원에서 블록세일 이후 남은 분량에 대한 자사주 매입 의사를 밝힌 상태이지만, 예보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메가뱅크 시나리오에 대해 "메가뱅크를 설정해놓고 정부 쪽에서 진행되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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