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구리값 1년새 두배 '껑충' ...세계각국 원자재 사재기 영향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칠레 지진등에 따른 일시적인 공급 부족을 제외하더라도 니켈·아연·구리와 같은 비철금속, 철광석·코발트등 대부분의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유발, 경기회복기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원유·원자재값이 하향 안정으로 '깜짝 실적'을 냈던 국내 기업들의 채산성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특수강이나 전기통신 재료로 널리 쓰이는 니켈은 지난 29일 런던금속거래소(LME)거래가격이 t당 2만4025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40% 가량 급등했다. 올해 1월 초에 비해서도 상승률이 26.61%에 달한다.
동과 아연도 거래 가격이 t당 7660달러, 2306달러로 최근 1년간 각각 95.1%, 87.4% 올랐다.
구리도 세계 최대 생산국인 칠레의 지진 여파로 최근 가격이 급등하면서 작년같은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t당 7500달러 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철광석 가격 역시 크게 오르고 있다. 포스코가 지난해 t당 평균 58달러에 들여왔던 국제 철광석 가격은 수요가 늘면서 최근 140달러(현물 기준)로 치솟았다.
천연고무 가격은 지난해 t당 평균 2000달러 수준에서 이달 들어 3400달러까지 올랐다. 고무나무 작황이 나쁜 데다 태국·말레이시아 등 주요 생산국에서 카르텔을 형성해 값을 올리고 있어서다.
2차전지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원료로 쓰이는 리튬과 인듐, 몰리브 덴, 코발트 등 매장량이 부족한 희소금속 가격도 오름세이긴 마찬가지다.
이같은 원자재 가격 급등 요인은 몇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세계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철강의 경우 미국 공장 가동률이 70%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 달러화 가치 약세로 인해 투기자금이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중국·미국·일본 등 세계 주요국간 원자재 확보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에 대한 투자 매력이 부각되면서 자금이 몰려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각국이 필요 이상으로 원자재를 사재기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 압력 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활동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시장에서의 스팟 구매량이 높은 중소기업이 제대 원자재를 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원자개 가격 상승의 위험을 고스란히 앉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반면 대기업의 경우 중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에 적게 노출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입을 증가시켜 무역수지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