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사상 최악의 대량 리콜 사태로 연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요타를 향한 시장의 신뢰는 여전했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은 신용평가사 피치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일제히 출렁거렸다.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리콜 후유증에 한동안 시달리겠지만 최소한 증시에서는 견고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도요타 주가는 포르투갈 사태가 터진 25일(현지시간)에도 선전했다. 이날 뉴욕증시가 하락하고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가 10개월래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엔화는 달러당 92엔대에 진입했다.
엔화 약세 전환은 그동안 엔화의 움직임에 따라 일희일비해왔던 일본 수출기업들에게는 호재였다. 일본 다음으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고객으로 둔 도요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도요타의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매수세가 이어지며 한때는 60엔 오른 3775엔까지 뛰어 4일 연속 승승장구하기도 했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도요타의 주가는 80달러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대량 리콜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플로어 매트 결함으로 도요타가 리콜을 발표했을 때 주가는 75달러대였다. 당시 도요타는 리콜이 대수롭지 않은 것이며 급가속 사고는 플로어 매트만 교체하면 쉽게 해결되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주가는 곧 본 궤도를 회복했다. 올해 1월 21일 가속페달 결함으로 230만대 리콜이 발표됐을 때는 오히려 도요타 주가가 90달러대를 넘었다.
이후 대량 리콜이 본격화하면서 차의 결함여부를 놓고 진위공방이 계속되자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2월 4일에는 주당 71.78달러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도요타의 결함과 리콜에 관한 뉴스가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 노출을 극도로 자제했던 도요타가 신뢰회복을 위해 전방위 방어에 나서면서 주가는 완만하게 상승 곡선을 그렸다.
놀라운 것은 지난 2월 일본의 대미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50.4% 늘었다는 점이다. 이는 리먼 쇼크 이전 정점의 60%까지 회복된 수준이다.
도요타의 대량 리콜 사태가 리콜의 발단이 된 대미 수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전문가들은 도요타의 리콜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메이지야스다생명 운용기획부의 고다마 유이치(小玉祐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도요타의 리콜 문제가 걱정됐었지만 2월에는 그에 따른 악영향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재무성 관계자도 “도요타의 리콜 문제의 영향은 무역에 지장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토추상사의 마루야마 요시마사(丸山義正) 주임 연구원은 “2월 대미수출 호조는 리콜의 악영향보다 자동차 시장 전체의 회복의 승리라 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연간 판매대수 10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벌어진 1000만대 리콜사태로 도요타는 그 동안 쌓아온 명성에 치명타를 입은 반면 그 이상의 신뢰를 쌓았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선진국 기업들은 문제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리콜을 하는 기업에 호감을 갖는다. 도요타의 경우 리콜로 막대한 부담을 안게 됐지만 장기적으로는 맷집이 더 강해진 셈이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지난 17일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리콜 사태는 생산 및 판매대수 늘리기에 급급해 인재육성을 소홀히 한 결과”라며 “자사의 경영방침인 ‘고객제일’ ‘품질제일’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작년부터 추진해온 수익개선책으로 경영체질이 많이 바뀌었다”며 “투자자들이 기대해도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