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 시장에서도 디플레이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국교성)이 18일(현지시간) 발표한 2010년 공시지가는 전국 주택지와 상업지 모두 2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전국 2만7000개 조사 지역 중 오른 곳은 7곳 뿐이었다. 이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경기 회복 조짐이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한파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이전에 과대평가됐던 미니버블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의 단초가 됐던 버블붕괴의 악몽이 떠오르고 있다.
국교성에 따르면 올해 초 전국 평균 지가 하락률은 주택지가 전년 대비 4.2%, 상업지가 6.1%였다. 기업실적 부진으로 사무용 빌딩 수요가 침체된데다 개인소득 감소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세제우대도 줄어 거래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아파트 분양이 반짝 호조를 보여 부동산 시장의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건설사들이 재고처리를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분양가를 낮춘 효과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공시지가에서는 호황이던 2007년과 2008년에 전국의 공시지가를 끌어올린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의 급락이 두드러졌다.
이들 3대 도시 상업지의 하락률은 7.1%로, 지방권 평균인 5.3%를 웃돌았다. 전국에서 하락율 10위권에 든 지점은 모두 도쿄, 오사카의 일등 상업지로 일제히 20% 이상 떨어졌다.
외자 유입으로 2006년 이후 미니버블 양상을 보였던 대도시 지역에서 일제히 거품이 빠진 것. 이들 지역의 공실률도 올해 들어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지에서도 이들 3대 도시권의 하락률은 4.5%로 지방권 평균인 3.8%를 웃돌았다. 전국 주택지의 하락율 10위권에 든 지점 중 3지점이 도쿄의 오모테산도 등 고급 주택가들이었다.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겨우 회복세를 되찾은 부동산 시장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노무라 증권의 후쿠시마 다이스케 부동산 전문 애널리스트는 “매력적인 매물이 나오지 않아 적극적으로 사려는 사람이 없어 대출도 줄고 있다”며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가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 “부동산 투자 회사들은 실적악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동산 시장은 미스매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은 지난 17일, 디플레 완화를 위해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3개월물 저금리 대출 한도를 20조 엔으로 확대하는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UBS증권의 미치이에 에이지 수석 투자전략가는 “저출산 고령화로 성장이 기대되지 않는 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이 갑자기 오를 일은 없다”며 “예전에 일본에 들어왔던 해외 자본들도 지금은 일본에서 등을 돌린 상태”라고 비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