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자진 사퇴 땐 재 논의 할 수도
금융감독원이 휘두른 칼날이 KB금융지주를 매섭게 흔들고 있다. 금감원의 엄격한 사전조사로 인해 사외이사의 비리 혐의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월7일에 있을 KB금융의 임시 주총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임시 주총이 연기될 경우 사외이사들의 자진 사퇴와 함께 강정원 회장 내정자의 앞날도 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16일부터 시작된 금감원의 KB금융지주 사전조사는 이례적으로 엄격하게 진행됐다.
당초 금감원은 3일 동안 3명의 직원을 파견해 사전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통보했지만 실제로는 10명 이상이 투입됐고 기간도 6일로 늘어났다. 지주 부서장급들의 경우에는 내부 자료를 얻기 위해 개인 컴퓨터를 통째로 가져갔다. 강 회장 내정자의 운전기사까지 면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감원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PC를 통째로 가져간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자료를 USB로 복사해 가져왔다"며 "이는 모두 사전조사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업무들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이러한 금감원의 엄격한 사전조사 배경에는 청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원래 관료 출신인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장을 밀고 있었는데, KB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회장 선출 일정을 강행해 강 회장 내정자를 선출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 내부 관계자도 "회장 선출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실제로 김병기 전 소장이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회장 선출 과정에 다시 개입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빈번하게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예정됐던 1월7일 임시 주총을 연기하는 등 포괄적인 안건을 다루기 위해 31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7일 있을 임시 주총에서 강 회장 내정자를 회장으로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내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서 임시 주총이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 회장 내정자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임시 주총이 연기된다면 그 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항간에 떠돌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비리가 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리 혐의가 있는 사외이사들이 자진 사퇴할 경우에는 원점에서 다시 회장 추천작업에 들어갈 수 도 있다"며 "만약 임시주총이 연기 된다면 강 회장 내정자의 앞길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담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긴급 이사회가 아닌 간담회 형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회장 추천 과정이 다시 실시될 가능성은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임시 주총 일자는 간담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임시주총이 연기되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압력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도는 가운데 금감원 관계자는 "어떠한 압력도 없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