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수주 확대 기대', 정유 '긴장' 전자·자동차 '주시'
국제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75.80달러에 마감했다.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유가가 잠시 주춤한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세르 보이고 있다. 특히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1.37달러를 기록, 80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곧바로 매출원가로 이어지는 정유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건설업계는 장기적으로 중동 시장에서 플랜트 수주가 늘 것으로 기대하는 등 업종별로 온도 차가 감지된다.
건설업계는 유가 급등세로 인해 산유국의 수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초 국제유가가 지난해에 비해 70% 가량 급락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가 연기됐으나 유가가 오르면 발주량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화건설은 최근 요르단 국영 세프코사가 발주한 1억9600만 달러(한화 2300억원) 규모의 '삼라(Samra) 가스터빈 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등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 특히 지난 7~8월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액은 96달러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늘었다.
다만 시멘트, 철근 등 건설자재 운송비용이 상승하고 공사에 쓰이는 석유화학 제품값이 오르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된다고 업계는 보고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지역 산유국들의 플랜트 발주가 연기됐으나 유가 회복으로 인해 발주량을 다시 늘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운송비나 자재비 등의 압박이 있겠지만 유가 오름세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긴장'
정유업계는 국제유가가 그대로 매출 원가에 부담을 주는 구조다.
특히 최근 국제제품가격이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진으로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어 원유값 상승폭이 고스란히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정제마진 감소로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가 부담요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제가격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장기적으로 원유도입선 다변화와 석유개발사업 강화를 통해 원가 부담을 줄이는 한편 구매에서 생산, 제품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최적화해 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전자·자동차업계 '주시'
자동차 업계는 고유가 현상이 생산비 부담을 가중한다기보다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유가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벌였던 지난해 5~6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내수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꺼리면서 판매 부진에 시달린 바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는 기름값 상승이 계속되면 유류비 지원금 제공 등의 판촉 전략을 구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는 원유를 직접 원자재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적지만 다른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휴대전화는 항공기를 이용한 수출 물량이 많아 유가가 오르면 항공기 운송 비용이 늘게 되고, 냉장고와 세탁기 등 부피가 큰 제품은 국내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생산 물량을 늘리는 등 유가와 환율 변동에 대비하고 있다"며 "연초의 유가 예상치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은 견딜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아직 걱정 없다"
항공업계는 유가에 민감한 편이지만 최근 상승세에 대해서는 주시를 하면서도 큰 걱정은 하지 않고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연간 36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연간 추가 비용은 187억원에달한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급등은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항공업계는 보고 있다.
항공업계는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75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평균 유가가 58.4달러에 불과한 만큼 올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세웠던 사업계획보다 평균 유가가 하회하고 있어 최근의 유가 상승분을 상쇄해 당장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