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국제유가 급등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09-10-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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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점 유가 80달러에 근접...원화 강세에 수출기업 채산성 악화

지난 6월 이후 배럴당 70달러선에서 횡보를 거듭하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최근 급등하면서 80달러를 향해 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부나 민간연구소 모두 국내 경제가 버틸 수 있는 임계점으로 유가 80달러를 봐 왔던 만큼 이러한 유가 급등세는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수출 견인차 역할을 했던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화 약세 기조에 따라 원화값 강세로 돌아서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22일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현재 두바이유 현물은 배럴당 75.80달러에 마감했다.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유가가 잠시 주춤한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세르 보이고 있다. 특히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1.37달러를 기록, 80달러를 넘어섰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서 예상한 배럴당 65~75달러 박스권을 완전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석유시장 전문가들도 현재와 같은 유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두바이유도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국제유가의 상승은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 2.6%를기록한데 이어 3분기도 꾸준한 회복세가 예상된 배경에는 유가가 안전판 역할을 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투자위축→생산감소→고용축소→소비위축'이라는 악순환이 전개되면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 경제를 급속도로 냉각시킬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소비는 0.1~0.2%, 투자는 1.0%, 국내총생산(GDP)은 0.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가가 정부 예상치를 뛰어넘어 배럴당 80~90달러 이상이 되면 경제 전망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전체 수입에서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55~65%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재 가격 등락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경기전망을 내놓을 때마다 '국제유가의 안정'을 전제조건으로 반드시 내거는 것도 이런 이유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유가 급등 추세가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면 경제는 큰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10년 예산안에서 국제유가 베이스를 배럴당 63달러를 기초로 작성했다. 또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60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하반기 중 가격상승 요인이 가시화되면서 70달러 내외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국내 주요 기업들은 유가 상승세에 적잖이 긴장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올해 말과 내년에 원·달러 환율은 1100~1200원, 유가는 배럴당 70~80달러 중반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업들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언제든 1,100원대의 환율이 무너질 수 있고 유가 역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도 동시에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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