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증권사, 부동산 담보신탁 개방 놓고 대립

입력 2009-09-24 14:28수정 2009-09-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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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부동산신탁사만 개방 형평성 어긋나” vs 금융위 “시장 혼란 우려 단계적 개방”

증권사와 금융위원회가 부동산 담보신탁 시장의 개방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관리·처분 신탁업만 가능한 증권사는 금융위에 가장 큰 시장인 부동산 담보신탁 시장의 연내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는 시장 개방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증권사 수탁고 50.2% 성장 기대

증권사가 부동산 담보신탁 시장 진출을 원하는 것은 관련시장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전체 50개 신탁회사(겸영 41사, 부동산신탁회사 9사)의 총 수탁고는 285조2000만원으로, 이중 부동산 신탁 수탁고는 137조600만원이다. 전체 부동산 신탁 시장 중 담보신탁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량임을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약 110조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로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기는 셈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이 부동산 관리·처분 신탁업만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탁고가 40조원을 넘고 있다"며 "이는 부동산 담보신탁업이 허용될 경우 수탁고가 2~3배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신탁상품 수탁고는 6월말 기준 36조5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2%나 성장했다. 경쟁관계인 은행이 같은 기간 -4.6% 뒷걸음질 친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펀드판매에 몰두하는 반면, 증권사들은 신탁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증권사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올해 9월말 기준 증권사의 신탁상품 수탁고 순위에는 7조원대의 우리투자증권·동양종금증권, 5조원대의 대우증권, 4조원대의 신한금융투자 등이 포진해있다.

◆금융위의 과열경쟁 우려는 핑계(?)

금융위는 이 같은 증권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신탁사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고 과열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부동산 신탁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은 170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6% 감소했다. 순이익도 350억원으로 55.6% 줄었다.

금융위는 지난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부동산 신탁업 인가정책을 내놓았다. 전면적 개방보다는 단계적 개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동산담보 신탁업 진출을 제한하는 행정규제는 증권사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며 “전면적 개방은 시장의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이 같은 행정규제가 자본시장법과는 정면 배치되고, 다양한 신탁상품 출시를 가로막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신탁사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담보신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이들 업체의 자정적인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시장을 전면 개방해 부동산 신탁사의 통폐합을 유도하는 등 업계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과열경쟁이 우려된다던 금융위가 지난 8월 무궁화신탁의 신탁업 진출을 인가했다"며 "증권사의 참여는 막으면서 부동산신탁사의 진출은 허용하는 금융위의 태도는 이중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무궁화신탁은 자본시장법 발효 이전인 작년 7월에 이미 예비인가를 받은 상태였다”며 “자본시장법 발효 이후에는 신탁업 신규 인가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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