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개정으로 클린디젤차 정부 지원 가능…연료 수요 영향 미쳐
최근 유럽을 중심무대로 했던 클린디젤차가 국내에 잇따라 선보이면서 수송용 연료를 다루는 정유업계와 LPG(액화석유가스)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클린디젤차 확대로 연료인 경유의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정유업계는 '클린디젤'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LPG업계는 LPG를 연료로 한 하이브리드자동차 출시로 호기를 맞이한 시장 분위기가 반감될까 노심초사하면서 양측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디젤차와 LPG자동차를 구매하는 수요층이 중복돼 차량 판매 증가가 경유 또는 LPG 수요 증대로 직결, 수익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4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환친차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클린디젤차'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가능해져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의 환친차법상 환경친화적 자동차로는 전기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연료전지차만 규정했으나 이번 개정안으로 클린디젤차와 천연가스차도 포함됐다.
클린디젤차 커먼레일,터보차저 등의 신기술을 통해 기존 디젤엔진의 연비 효율을 높이고,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동종의 일반 가솔린 자동차보다 저감된 차세대 엔진을 일컫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의 EURO 6 배출 규제, 일본의 신장기규제, 미국의 Tier-2 Bin 5(2010년 배출가스 규제수준)를 만족하고, 2013년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초고효율 디젤엔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유업계는 클린디젤차 보급 확대가 경유 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클린디젤' 홍보와 함께 경유제품의 우수성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디젤차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돼 환경개선 부담금 부과 등과 같은 불이익을 받아왔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대기환경 개선 정책의지와 정유업계의 고품질 연료 생산을 위한 재정투자와 기술개발 결과, 경유 황함유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디젤엔진 기술의 개발과 디젤의 뛰어난 연비 등으로 이젠 환경친화적 연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는 지난 5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성장동력박람회 2009'에서 클린디젤차와 경유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관을 운영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주유소협회도 '클린디젤의 청정성'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해 정유업계의 '클린디젤 우수성' 논리 개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비효율적 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정유업계의 주장이다. 지난해 국내 원유정제시 생산되는 제품수율은 대략 LPG 3.7%, 휘발유 11%, 경유 28%인데 비해 실제 소비비중은 LPG 13%, 휘발유 8%, 경유 16% 등으로, LPG는 수입하고 경유는 수출하는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LPG 소비량은 1억188만배럴이지만 생산량은 3400만배럴에 불과해 나머지를 해외에서 전량 수입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LPG는 공급이 부족해서 전체 60% 정도를 수입하는 반면 경유는 남아서 전체 생산량의 20%를 수출한다"면서 "클린디젤의 우수성이 알려져 수요가 늘면 비효율적이던 에너지 자원분배 구조가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LPG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가 지난 7월 아반떼 LPi하이브리드를 출시, 유럽의 클린디젤차와 일본의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맞서 LPG를 연료로 사용한 틈새 모델로 시장 공략에 나선데다 정부의 보조금지원 정책으로 판매를 늘려가는 상황에서 클린디젤차의 국내 보급 확대는 시장분위기를 반감시킬 수 있는 복병이기 때문이다.
특히 디젤차와 LPG자동차의 수요층이 겹치는 상황에서 클린디젤차 판매 확대는 상대적으로 LPG 기반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 감소로 이어져 수요처가 줄어드는 만큼 LPG 수요 증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LPG업계 관계자는 "클린디젤에 대한 명확한 규정없이 단지 개념상 '이전 경유차보다 더 깨끗하고 미세먼지 부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수준"이라며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확대를 위해 (정유업계가) 홍보에 집중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디젤이 과거보다 오염원의 배출이 줄었지만 여전히 미세먼지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LPG는 그 자체로 미세먼지, 황함유량 등이 적은 청정에너지인데다 가격이 저렴한 연료"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6월4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보고된 정부의 ‘고유가대응 에너지수요관리대책’에는 현재의 ℓ당 11.2㎞인 국내 자동차 평균연비를 2015년까지 16.6㎞로 높이는 한편,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20~30% 좋고 일반 디젤차보다 배출가스를 줄인 클린디젤차는 환경개선부담금을 전액 면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