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없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약물 치료·지속 관리로 건강한 일상 가능

전신경화증은 경피증이라고도 불리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피부와 혈관, 내부 장기가 딱딱하게 변하는 질병으로, 자가항체에 의한 면역학적 기전에 따라 발생한다.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고 섬유 모세포가 활성화돼 과도한 콜라겐이 조직 내에 침착되면서 피부가 경화되고 두꺼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단순히 피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심장, 폐, 신장 등 주요 장기까지 침범할 수 있어, 지속적인 증상 관리가 관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국내 전신경화증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3380명에서 2024년 6141명으로 10년간 약 81.7% 늘어났다. 이는 희귀·난치 질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진단 기술도 빠르게 발전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신경화증은 중년 이후 여성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4년 기준으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약 6.3배 많이 발생했으며, 환자들의 연령대는 50~60대가 약 3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폐동맥고혈압과 간질성 폐렴, 위장관 배출지연 등이 전신경화증의 대표적인 동반 질환이다. 특히 한국인 환자에서는 항호중구세포질항체(ANCA) 연관 혈관염의 동반 비율이 약 20%로 보고돼, 전신 질환으로 이양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한 전신경화증 환자는 폐암과 유방암 등의 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말초신경 손상도 발생할 수 있다.
전신경화증의 완치 방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증상 완화와 장기 손상 예방을 목적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과거에는 전신경화증을 진단 받으면 5년 내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료법이 발전해 사망률이 대폭 감소하고 있으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이주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ACE inhibitor)’가 도입되면서 신장 부전으로 인한 사망이 대폭 감소했다”라며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생존율도 현저히 향상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코페놀레이트(MMF)와 같은 면역억제제와 말초혈관 확장제도 주로 사용된다”라고 덧붙였다.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참여와 생활습관 개선 역시 필수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 유지로, 손발뿐만 아니라 몸통의 심부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금연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정기적인 의료진 방문과 검진을 통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전신경화증은 이제는 절망적인 질환이 아니며,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많은 환자가 증상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며 양질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시작, 꾸준한 관리와 정기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질환과 함께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들이 등장하고 있어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품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