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장비 도면까지 빼돌려…다른 직원 4명도 징역형
SK하이닉스 반도체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하고 삼성전자 자회사의 장비 도면까지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협력사 부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2일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부사장 A(61)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회사 연구소장 등 다른 직원 3명도 징역 1년~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또 다른 직원 1명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협력사 법인에도 벌금 10억 원이 확정됐다. 1심이 선고한 법인 벌금 4억 원 보다 가중된 2심 벌금형이 확정된 것이다.
A 씨 등은 SK하이닉스와 협업하며 알게 된 반도체 세정 레시피,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반도체 제조 기술 등 반도체 관련 핵심 기술과 첨단 기술‧영업 비밀을 2018년께 중국 반도체 경쟁업체로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HKMG는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 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으로, D램 반도체 속도를 높이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는 최신 기술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 전직 직원들을 통해 몰래 취득한 세메스의 초임계(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 세정장비 도면 등 반도체 첨단 기술과 영업 비밀을 활용해 중국 수출용 장비를 개발한 혐의도 받았다.
앞서 1심은 A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징역 1년 6개월로 형량을 높였다.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다른 직원 3명도 2심에서 징역 1년~1년 6개월의 실형으로 형이 늘어났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나머지 직원 1명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 법원은 SK하이닉스와 협력사가 공동 개발한 기술 정보를 다른 업체에 알려준 혐의에 대해 “공동 소유물인 만큼 대외 발표만 금지된다”며 무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유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날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 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산업기술 보호법 위반에서 정한 국가 핵심기술과 첨단 기술, 부정경쟁 방지법에서 정한 영업 비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 기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