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직격탄…공장 평균 연령 40대 넘었다 [늙어가는 제조업 上]

고령 인구 비중 20% 넘어서며 초고령사회 진입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연령도 가파르게 증가
조선·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 고령화 속도 두드러져
제조업 인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 문제가 대두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일할 사람이 없다. 떠나는 이들은 많지만 들어오는 일꾼은 없다. 대한민국 제조업이 ‘사라지는 숙련공’의 시대를 지나 들어올 일손마저 모자란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기계는 돌아도, 공장은 멈춘다. 생산현장은 갈수록 늙어가고 있다. 청년층은 ‘힘들고, 덜 주는’ 제조업을 외면한 지 오래다. 근로자 평균 연령이 40대를 넘긴 제조업 현장은 생산성 정체와 경쟁력 약화로 기반마저 흔들린다. 자동화와 스마트공장 도입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지만 정밀공정이나 품질관리처럼 사람의 손이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많다. 제조업 전반에 드리운 일자리 공백의 실체와 구조적 원인, 한국 제조업의 생존 조건을 짚어본다.

‘사람이 없다’는 한숨이 대한민국 제조업 현장을 뒤덮고 있다. 생산라인은 멈춰가고, 공장의 나이는 늙어가는데 새 일손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제조업의 근로자 평균 연령이 40대를 넘어섰다. 생산성 하락과 인력난이 한국 제조업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만큼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1%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17년 고령사회로 접어든 지 불과 7년 만이다. 일본(11년)보다 4년 빠른 속도다.

인구 구조 변화는 산업 현장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간한 ‘기업인력 고령화의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연령은 2010년 38.6세에서 2023년 43.1세로 4.5세 상승했다. 전자부품(37.8세),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36.8세) 등 첨단분야를 제외한 대부분 업종에서 평균 연령이 40대를 넘어섰다.

전통 제조업의 고령화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조선업은 2010년 38.8세에서 2023년 44.4세로, 같은 기간 자동차 업종은 38.8세에서 43.9세로 높아졌다.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고령화는 더욱 심각하다. 종사자 30인 미만 기업의 경우 45세 이상 근로자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20~30대 젊은 근로자는 30%대에 머물렀다. 물론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20~30대 근로자 비중은 2013년 59%에서 지난해 49%로 10%포인트(p) 감소했다.

문제는 단순한 ‘나이’가 아니다. 인력이 줄어들며 제조업의 생산성과 지속 가능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특히 중소기업과 지방 소재 기업은 ‘일손’이 없어 허덕일 지경이다. 2023년 기준 중소제조업의 인력 부족률은 3.8%다. 전 산업 평균(2.9%)은 물론 전체 제조업(3.5%)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현장을 떠나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지만 젊은 층이 제조업 현장직과 지방 근무를 기피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조선과 자동차 등의 업종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숙련공을 필요로 하는 업종인 만큼 시니어 재고용 정책뿐만 아니라 외국인 인력 이주비 지원, 기능공 훈련 센터 건립 등 신규 근로자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생산성 저하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건강과 경험, 인지능력 등의 이유로 노동 생산성은 일반적으로 40대 전후를 정점으로 하락한다. 즉, 고령 인구의 증가는 곧 생산성 둔화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실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2010년(5.27%)을 정점으로 점차 하락해 2022년에는 -0.37%로 최초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인력난을 단순히 ‘고령화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제조업에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 자체가 위기의 본질임을 지적한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본부장은 “제조업의 생산성 하락은 결국 사람의 문제”라며 “노동의 가치를 크게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다음 세대가 생산성 저하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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