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식품산업협회 차기 회장 선출 ‘난항’

박진선 샘표 대표 vs 황종현 SPC삼립 대표 ‘2파전’ 치열

창립 이래 첫 경선 가능성...샘표 박진선ㆍSPC 황종현 맞대결

'회원사 추천 한정' 정관 변경 잡음...협회 "특정 후보 밀어주기 아냐"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왼쪽)와 황종현 SPC삼립 대표. (사진제공=각사)

국내 식품업계 대표 협의체인 한국식품산업협회(식품협회)가 차기 협회장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선출 방식을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식품협회는 다음 달 4일 임시총회를 연다. 의결 안건은 차기 협회장 선출을 위한 추천 권한을 명문화하는 정관 개정이다. 협회장을 이사회 추천을 받은 자 중 선출한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식품협회는 2월 28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이효율 협회장(풀무원 이사회 의장)을 이을 신임 협회장을 선출하려고 했다. 하지만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와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회장 자리는 석 달째 공석이다.

박 대표는 샘표의 오너 일가로서 그의 부친 고(故) 박승복 회장이 앞서 협회장을 맡기도 했고, 이효율 의장이 협회장을 역임하기 전 제안이 왔던 점을 고려해 출마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매출은 4000억 대지만, 중소기업 목소리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황 대표는 연 매출 3조 원 이상의 글로벌 식품 대기업인 SPC삼립의 수장이다. 오너 일가는 아니지만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고, 대기업 위주의 이사회 구성을 고려하면 황 대표가 추천을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샘표 측은 정관 변경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협회장 후보 자격에 이사회 추천을 명문화하면 중소기업이 다수인 회원사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이사회 중심으로만 협회가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경쟁 구도에서 SPC삼립의 황 대표를 밀어주기 위한 비민주적 규정이란 비판도 제기한다.

최근 SPC삼립의 근로자 사망 사고도 변수로 부상했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연이은 인사 사고에 대해 SPC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면서 황 대표가 협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성명도 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 SPC삼립 대표가 협회장에 출마할 경우 공신력 및 신뢰성 측면에서 샘표 측의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황 대표가 임기 연장을 위해 협회장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식품협회 관계자는 최근 정관 변경에 대해 “기존에도 주로 이사회 내부에서 협회장을 선임해왔고, 규모가 큰 기업 중 오너 일가에서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례적으로 이번에 경쟁 구도가 형성돼 선출이 계속 지연되자, 신속하고 명확하게 협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관 개정을 논의한 이사회 자리에 후보로 거론된 박 대표와 황 대표 두 분 다 계셨다”며 “본인을 직접 추천할 수도 있어 한 후보를 밀어주기 위함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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