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 샘표 대표 vs 황종현 SPC삼립 대표 ‘2파전’ 치열
창립 이래 첫 경선 가능성...샘표 박진선ㆍSPC 황종현 맞대결
'회원사 추천 한정' 정관 변경 잡음...협회 "특정 후보 밀어주기 아냐"
국내 식품업계 대표 협의체인 한국식품산업협회(식품협회)가 차기 협회장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선출 방식을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식품협회는 다음 달 4일 임시총회를 연다. 의결 안건은 차기 협회장 선출을 위한 추천 권한을 명문화하는 정관 개정이다. 협회장을 이사회 추천을 받은 자 중 선출한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식품협회는 2월 28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이효율 협회장(풀무원 이사회 의장)을 이을 신임 협회장을 선출하려고 했다. 하지만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와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출사표를 던진 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회장 자리는 석 달째 공석이다.
박 대표는 샘표의 오너 일가로서 그의 부친 고(故) 박승복 회장이 앞서 협회장을 맡기도 했고, 이효율 의장이 협회장을 역임하기 전 제안이 왔던 점을 고려해 출마에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매출은 4000억 대지만, 중소기업 목소리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황 대표는 연 매출 3조 원 이상의 글로벌 식품 대기업인 SPC삼립의 수장이다. 오너 일가는 아니지만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고, 대기업 위주의 이사회 구성을 고려하면 황 대표가 추천을 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샘표 측은 정관 변경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협회장 후보 자격에 이사회 추천을 명문화하면 중소기업이 다수인 회원사의 목소리가 배제된 채 이사회 중심으로만 협회가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경쟁 구도에서 SPC삼립의 황 대표를 밀어주기 위한 비민주적 규정이란 비판도 제기한다.
최근 SPC삼립의 근로자 사망 사고도 변수로 부상했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연이은 인사 사고에 대해 SPC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면서 황 대표가 협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성명도 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 SPC삼립 대표가 협회장에 출마할 경우 공신력 및 신뢰성 측면에서 샘표 측의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황 대표가 임기 연장을 위해 협회장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식품협회 관계자는 최근 정관 변경에 대해 “기존에도 주로 이사회 내부에서 협회장을 선임해왔고, 규모가 큰 기업 중 오너 일가에서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며 “이례적으로 이번에 경쟁 구도가 형성돼 선출이 계속 지연되자, 신속하고 명확하게 협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관 개정을 논의한 이사회 자리에 후보로 거론된 박 대표와 황 대표 두 분 다 계셨다”며 “본인을 직접 추천할 수도 있어 한 후보를 밀어주기 위함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