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성과보수 체계 전반을 점검한 결과 단기 실적에 편중된 보상 관행과 형식적인 이연지급, 불명확한 환수 규정 등 다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점검 결과를 토대로 성과보수 체계의 전반적 개편을 예고하며,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금융회사 임직원에 지급된 성과보수 총액은 1조645억 원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역별로는 금융투자 업권이 6603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은행(1591억 원), 보험(1426억 원), 여신전문사(598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 성과보수는 1인당 1억3900만 원으로 대표이사 평균은 3억8000만 원이었다.
성과보수의 지급 방식은 현금 비중이 높았다. 전체 지급액 중 현금이 66.8%를 차지했고, 주식 및 연계상품은 20.6%였다. 특히 여신전문회사(82.6%)와 저축은행(80.0%)은 대부분을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연지급 제도도 실효성이 떨어졌다. 평균 이연지급 비중은 52.2%였지만, 이연기간은 대부분 3년(71.2%)에 불과해 투자 프로젝트의 위험 지속기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성과보수 조정과 환수도 유명무실했다. 2024년 중 조정 사유에 해당하는 금액은 5765억 원에 달했지만, 실제 조정된 금액은 568억 원에 그쳤다.
보수위원회 역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위원회의 평균 출석률과 찬성률은 각각 98.1%, 98.0%로 사실상 ‘통과 의례’에 그쳤다는 평가다. 일부 금융회사에선 성과보수 관련 의사결정이 임원 주도로 이뤄져 이해충돌 우려도 제기됐다.
성과평가 지표도 편중됐다. 대표이사 성과평가에서 수익성(37.0%)과 성장성(16.9%)의 비중이 높은 반면, 소비자 보호(4%)나 ESG 관련 항목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일부 저축은행은 수익성 지표에 100%를 배정한 경우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이번 성과보수 실태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불합리한 보수 관행 개선을 위한 중점 점검 방향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제도 정비에 나선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단기 실적에 치중하기 쉬운 업무에 대해서는 투자계약의 존속기간과 성과보수 이연기간이 일치하는지를 점검할 계획이다.
성과보수 조정·환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사유와 절차를 내규에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지도 살핀다. 지급 시점 이후 손실이 발생하거나 성과가 변동된 경우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는지가 핵심 점검 대상이다.
실제 조정 또는 환수 사유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가 적시에 성과보수를 조정하거나 환수했는지 여부도 집중 점검한다. 이러한 사유가 있음에도 과도한 보수가 지급된 경우에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주의에 매몰될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와 장기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