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홍콩 ETF 교차상장 검토..시장은 '일단 환영'

입력 2009-08-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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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신중히 검토할 것".. 업계는 "우리도 경쟁력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한국과 홍콩의 상장지수펀드(ETF)의 교차 상장을 검토중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7일 "홍콩 증권감독위원회(SFC)가 최근 홍콩과 한국간 ETF 교차상장을 제의해왔다"며 "현재 ETF 교차상장과 관련해 세부적인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 펀드로 인덱스펀드와 유사하다. ETF는 인덱스펀드와 달리 거래소에 직접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는게 특징이다.

이번 홍콩 증감위의 ETF 교차상장이 제의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투자자들은 홍콩에서 만들어진 ETF를 국내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게 되고 홍콩 투자자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한국 ETF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국내 자본이 홍콩으로 빠져나가는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얻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을 철저히 가려 판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의 신중한 행보와 달리 증권업계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이는 ETF거래가 활발한 홍콩 금융시장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국내에 없는 다양한 유형의 상품이 도입돼 시장 다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

아울러 국내 ETF상품의 해외 판매가 가능해지고 수익 기반이 국내에서 해외로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홍콩 ETF 시장에는 국내와 같이 지수 추종형 상품 뿐만 아니라 금, 원유 가격 등과 같은 상품 추종형 ETF가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 업계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신중한 행보에 일단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한국과 홍콩간 ETF 교차상장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이 아직 교차상장에 대한 직접적인 액션을 취하지는 않았으나, ETF 담당 매니저들 사이에서는 교차상장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 ETF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는 데다, 국내에서도 그쪽 시장을 벤치마크하다 보니 교차상장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고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ETF 교차상장이 되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개발한 ETF가 해외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운용사입장에서는 자사 ETF의 유동성 확대 및 추가 수익의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ETF는 국내증시에서 오히려 그 규모가 확대되는 등 교차상장이 허용되더라고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홍콩시장은 ETF 거래가 많은데다, 국내 주식시장과 거래시간도 비슷해서 ETF의 설정과 해지 등의 기술적인 제약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각 국의 교차상장 요건의 확인 및 기준에 관한 절차 들이 선결되면, 전산의 정비를 거쳐 교차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도 ETF 교차 상장건에 대해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질 수 밖에 없고 당장 허용되더라도 실무적으로도 관련 제도 정비에 일정한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차분히 당국의 반응을 기다려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교차상장과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ETF를 상장해놓고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없어 상장폐지 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는데 홍콩과 교차상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 ETF가 다양한 유형의 상품을 강점으로 국내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차상장시 국내 시장의 시장 점유율 수성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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