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태 가능성 큰 국가...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달러‧대만달러 환율이 급락한 현상이 아시아 통화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라이즌캐피털이 소유한 외환 중심의 소규모 헤지펀드 유라이즌SLJ의 스티븐 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에서 “달러‧대만달러 환율 급락은 한 사례에 불과하고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통화 절상에 따른 미 달러에 대한 비선형적 매도세가 확대되면 미국 달러 투자자들의 리스크가 속수무책으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젠 CEO는 2009년까지 모건스탠리 통화전략팀을 이끌었던 인물로 대표적인 ‘달러 고평가론자’다.
과거부터 미 달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져온 젠 CEO는 달러 약세 시 중국의 ‘섀도 리저브(비공식 외환보유액)’가 대거 빠져나갈 위험에 주목해왔는데, 이번 달러‧대만달러 환율 급락이 그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대만달러 환율은 2일과 5일 9% 급락한 뒤 6일 약 3% 반등했다. 대만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의 일환으로 대만 달러화 강세를 용인할 거라는 현지 매체 보도가 나오면서 수출업체들이 공격적으로 미 달러화를 매도하면서 대만 달러화 가치가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중국에서만 약 2조5000억 달러(약 3489조 원) 규모의 ‘눈’이 쌓여 있고 이외 대만, 말레이시아, 한국 등에서 연간 5000억 달러가 추가로 늘고 있다. 이들 국가가 거둔 막대한 무역흑자 중 상당량을 수출업체가 미 달러 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적인 신호를 기다리고 있기 하지만, 이번 주 달러‧대만달러 환율 급락은 눈사태 시나리오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수 분기 내에 미국 달러 대비 아시아 각국 통화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급변 현상이 더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대만달러 가치 폭등이 다른 아시아 통화의 동반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서 미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지고 이에 달러 매도가 이어지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시장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젠 CEO에 따르면 경제 규모 대비 누적 무역흑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 눈사태 위험 가능성이 큰 국가들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다. 이들 국가 통화 가치는 모두 최근 눈에 띄게 강세를 보였다.
달러‧대만달러 환율이 최근 다시 올랐지만, 상황이 가라앉은 것은 아니며 눈사태 시나리오에 크게 반하는 움직임도 아니라고 젠 CEO는 해석했다. 그는 “달러 약세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그리고 중국의 경기 회복이 겹친다면 미 달러 보유 자산의 과잉은 여전히 너무 크다”며 “지난 몇 년간 수출로 얻은 수입을 본국으로 들여오지 않고 미 달러로 보유하게 만든 ‘밀어내는’ 요인과 ‘끌어당기는’ 요인이 앞으로는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