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비축계획 3년 또 연기

입력 2009-08-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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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축유 구입 예산 부족 등 이유...국제유가 오름세 반영 구입 단가 72.4달러로 상향

비상시 사용할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석유비축계획사업이 또 다시 연기됐다. 지난 1995년 처음 계획을 수립한 이후 3번째 연기되는 것이다.

5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비축목표를 3년 뒤인 2013년으로 연기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제4차 석유비축계획조정안'을 석유공사에 통보했다. 이는 비축유 구입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해 석유공사가 비축유를 제때 확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지경부는 비축유 구입단가도 배럴당 50.3달러에서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를 반영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배럴당 72.4달러로 상향 책정했다.

정부는 당초 2010년까지 국제공동비축 물량 4000만배럴을 포함해 1억41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한다는 목표였다. 비축시설 역시 올해 말까지 1억4600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부 예산과 석유공사의 자체 트레이딩을 통해 올해 확보한 175만 배럴를 포함해 6월 말 현재 비축된 석유는 8220만배럴 수준으로, 내년까지 확보해야 하는 물량 1억100만배럴(국제 공동비축분 제외)의 80%선에 불과했었다.

따라서 비축유 확보를 위해 배정된 예산을 최대한 활용한다해도 내년까지 2000만 배럴 가까운 물량을 채워넣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국제유가를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 목표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웠다"면서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필요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게 되면서 목표기간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로 최근 다시 유가가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올해 초보다 50% 이상 증가하는 등 오름세에 있어 실제 비축유 확보목표가 2013년까지 달성될 수 있을지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업계 일부에서는 정부의 비축유 확보 의지가 부족했으며, 그 결과 호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급등에 따른 비축유 구입의 어려움에 대해선는 매번 정부와 석유공사는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 해 왔다"며 "석유비축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향후 몇년간은 올해와 같은 유가 급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축유를 확보할 수 있는 호기를 놓쳤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비축유 구입 단가를 높여 책정하고 예산도 충분히 확보할 계획이여서 2013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원래 지난해까지 비축유를 1억17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었으나 당시에도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를 오르내리면서 확보 예산으로 목표시점까지 구매가 어려워지자 2006년 말 석유비축계획의 달성시점을 2010년까지 연기하고 자체 확보 물량이 아닌 공동비축물량 확보분도 2400만 배럴에서 4000만 배럴로 늘린 적이 있다.

공동비축 물량은 우리나라의 비축기지에 저장된 외국의 석유로 평상시에는 저장시설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임대료를 받지만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나라가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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