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후발주자 ‘쉽지 않네’…K바이오, 적응증 확장 연구 박차

혈액암 중심 글로벌 기업 6개 제품…앱클론, 큐로셀 적응증 확장 시도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국산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가 등장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선점한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차별화한 강점 확보를 위해 적응증 확장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최근 CAR-T 치료제 적응증을 넓히기 위해 추가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CAR-T는 환자에게서 채취한 면역 T세포를 유전자 변형 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 기술로 현재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상용화됐다.

국내에서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 허가 사례는 아직 없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식품의약국(FDA)이 아이오반스 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면역세포치료제 신약 ‘암타그비’를 절제수술 불가성 또는 전이성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했다. 종양침윤 림프구 치료(TIL) 기술인 암타그비는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채취한 T세포를 활용해 치료제로 제조하고,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해당 허가 사례로 CAR-T 역시 혈액암 이외의 분야로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의 CAR-T 치료제가 시중에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뒤늦게 유사한 기전과 적응증이 있는 제품을 출시해도 글로벌 제품이 선점한 시장에 침투할 전략이 마땅하지 않다. CAR-T 치료가 환자에게서 세포를 채취한 뒤, 실험실 공정을 거쳐 다시 투약하는 복잡하고 오랜 과정으로 진행되는 특성상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기에도 한계가 있다.

현재 해외에는 FDA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 6개가 출시됐다. 노바티스의 킴리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아베크마·브레얀지, 존슨앤드존슨(J&J) 카빅티, 길리어드의 테카르투스·예스카타 등 6개다. 이들 치료제는 세부적인 적응증에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림프종,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등 혈액암을 주요 적응증으로 사용되고 있고 고형암 적응증 허가 사례는 없다.

해당 6개 제품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40%인 것으로 추산됐다. 제품별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예스카타가 약 15억7000만 달러(약 2조2340억 원)로 주요 제품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카빅티가 9억6300만 달러(약 1조3700억 원), 브레얀지가 7억4700만 달러(약 1조630억 원)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CAR-T 치료제는 2021년 허가된 킴리아와 2023년 허가된 카빅티 등 2개다. 킴리아는 1회 투약 비용이 약 4억 원에 달하지만, 2022년 3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으로 환자 부담은 약 600만 원까지 완화됐다. 카빅티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킴리아가 국내 환자들에게 주어진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국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은 선두 제품과 비교해 넓은 적응증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큐로셀은 CAR-T 치료제 림카토주에 대해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을 적응증으로 임상 1/2상을 진행했다. 이어 작년 12월 보건복지부의 허가신청-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절차를 밟으며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위한 평가도 진행 중이다.

림카토주는 급성 림프구성 성인 백혈병(ALL)을 적응증으로 1상을 진행하고 있고, 자가면역질환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 관련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루푸스 환자 대상의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받았고, 지난달 환자 투약을 진행했다. 국내에서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 CAR-T 치료가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앱클론은 혈액암 일종인 B세포림프종(BCL) 환자 중 기존 치료제에 재발하거나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AT101의 2상을 진행하고 있다. 2상을 마무리하는 대로 식약처에 신속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또 회사는 차세대 CAR-T 치료제 개발을 위해 난치성 고형암을 겨냥한 전임상 단계의 기술을 확보하기에 나섰다.

앱클론은 정준호 서울대 의대 연구팀과 클라우딘18.2(Claudin18.2) 타겟 카티 치료제를 공동 개발 중이다. 클라우딘18.2는 위암과 췌장암에서 높은 발현율을 보이는 단백질로, 연구팀은 특수 동물 면역과 항체유전자 기술을 통해 확보한 단일 도메인 항체(VHH)와 단일사슬 항체(scFv)를 활용해 클라우딘18.2에 특이적인 항체를 개발했다.

CAR-T세포 치료제 개발 환경도 긍정적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법에 따라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대상이 모든 질환으로 확대되서다. 이에 국내 기업의 CAR-T 적응증 확장 연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시장 규모도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츠는 글로벌 CAR-T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23년 약 37억4000만 달러(약 5조3250억 원)에서 2029년 약 290억 달러(41조287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