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뒷통수 친 미국…트럼프, 중국 고립 시도

H20 칩 중국 수출 제한…주가 6% 급락
中 경제 타격 및 협상력 약화 목표
“공은 중국 코트에…그들이 우리와 협상해야”
“SK하이닉스 등 韓기업 큰 타격 없을 듯”

▲미·중 간의 주요 수출 규제 현황을 보여주는 이미지로,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의 규제가 나열되어 있다.

인공지능(AI) 칩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가 자사 핵심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막겠다는 미국 정부의 방침에 직격탄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와 수출 규제를 통해 중국의 기술 성장을 억누르고, 경제를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시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미 정부로부터 9일 ‘H20’ 칩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위험이 있음에 따라 중국 수출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전날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고지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수출 규정에 따라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설계한 고급 AI 칩이다. 지나치게 강력하지 않도록 성능을 제한했지만, AI 소프트웨어 개발에 충분한 사양을 갖추고 있다. 이 칩은 텐센트·알리바바·바이트댄스 등 중국 주요 빅테크 기업이 AI 모델 개발에 사용하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황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에 충격을 준 딥시크가 자사 AI 모델 학습에 사용한 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정규 거래에서 1.35% 상승으로 마감했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 6% 이상 급락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더욱 코너로 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과 진행 중인 상호관세 협상을 통해 중국 경제를 고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70여 개 국가와의 협상에서 △중국이 협상 국가와 지역을 통해 상품을 수출하는 것 △중국 기업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고자 협상 국가나 지역에 거점을 두는 것 △값싼 중국산 공산품이 협상 국가와 지역 경제에 유입되는 것 등을 허용하지 않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더 나아가 중국 주식을 미국 거래소에서 아예 상장 폐지하는 방안도 타진 중이다.

백악관은 미·중 무역 마찰 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중국 측이 먼저 다가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공은 중국 쪽 코트에 있다”면서 “중국이 우리와 협상할 필요가 있지 우리가 그런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트럼프 성명을 대독했다.

한편 엔비디아에 대한 새로운 수출 제한 조치로 국내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H20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대부분을 SK하이닉스가 공급하고 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HBM은 H20 이외 다른 많은 제품에 쓰이고 이미 올해 물량을 ‘완판’한 만큼 큰 타격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아직 H20용 HBM 판매가 없고 SK하이닉스는 H20용 HBM3E 3월 추가 판매를 완료했다”며 “엔비디아처럼 재고 손실처리 등의 비용 반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보다 월등히 앞선 자국의 AI 기술을 감안해 수출을 다시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H20은 상위 칩인 H100 대비 4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 성능으로, 국가안보 위협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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