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오락가락 관세에 미국도 혼란…잇따르는 ‘사재기 대란’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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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이 이어지며 전 세계의 혼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루는 고사하고 몇 시간 단위로 했던 말을 뒤집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에 전 세계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죠.

국내 온라인상에서도 미국 주식에 투자했다가 관세 이후 주가 급락으로 목돈이 물렸다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직장인 전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수출 전문 기업에 근무 중인데 회사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다는 한탄성 게시글도 종종 올라오고 있는데요.

관세 정책 현실화 이전까진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사람들만의 고민이었다면, 관세가 현실화된 이후로는 미국인들에게도 서서히 혼란과 고민이 찾아오고 있죠. 관세가 부과되면 일상에서 구매하던 외국산 생필품들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 내 현지 일상생활을 소개하는 유튜버들의 영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많은 미국인이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에 생필품 사재기에 들어간 양상입니다.

생필품 사재기 이어지며 한국산 선크림, 라면, 김도 판매 늘어

생필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에 미국 현지에서는 생필품 구입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미국인들은 인스턴트커피, 애완동물 사료, 치약, 비누, 휴지 등 전 품목을 사재기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도 사재기 현상은 있었지만, 이는 식료품과 의약품 한정이었다”며 “이보다 더한 재앙이 닥친 분위기”라고 말했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충동적인 소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자 이를 표현하는 ‘둠 스펜딩’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죠.

한국산 제품도 덩달아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요. 미국 현지 분위기를 전하는 콘텐츠로 22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올리버쌤’은 미국인들이 관세 여파를 우려해 사재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올렸습니다. 또한, 한국산 제품 사재기에 대한 영상도 함께 올렸죠.

해당 영상들을 보면 미국인들은 유통기한이 긴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사재기하는데, 이에 부합하는 한국산 라면도 인기입니다. 라면은 저렴한 가격에 유통기한도 짧지 않고 맛도 있어 미국인들에게도 수요가 상당해요. 예전에는 맵지 않은 미국식 라면이나 일본식 테리야끼 라면이 잘 나갔다면, 요즘엔 한국식 매운맛 라면도 상당히 잘 팔린다고 합니다.

한국산 선크림도 인기 제품 중 하나인데요. 한국산 선크림은 촉촉하고 발림성이 좋고, 다른 메이크업 제품들에 덧발라도 잘 어우러져 가성비 면에서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죠.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년 치 한국산 선크림을 사재기했다는 글이 많은 추천을 받으며 인기글에 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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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트럼프 말 뒤집기에 ‘사재기’도 고민하는 미국인들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도 미국인들에게 큰 고민거리이지만, 이들을 더 짜증 나게 하는 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뒤집히는 트럼프의 말입니다.

사실 관세 전쟁 현실화 후 미국인들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애플 매장입니다. 미국 현지에서 ‘아이폰16 프로맥스’는 최대 350달러, 애플의 다른 제품들의 가격 역시 30~40%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스마트폰을 미리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거죠.

그런데 트럼프 정부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등 20개 품목에 대한 상호 관세를 면제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밝히며 애플을 비롯한 전자기기 업체들에 숨통을 틔워줬습니다. 스마트폰을 지금 굳이 바꿀 필요가 없어 1~2년 뒤 바꿀까 하다가 급히 구매를 서두른 사람들만 과소비한 바보가 된 셈이죠.

이러다 보니 미국 소비자들은 사재기 여부조차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애플 제품 및 서비스 관련 소비가 직전 4주간 토요일 평균 대비 33% 급증했어요. 애플만 뜬금없이 영업 특수를 누린 꼴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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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

신난 건 ‘트럼프 관세 핑계’ 쓸 수 있는 월마트 등 유통업체뿐

애플이야 위기를 맞을까 봐 전전긍긍하던 중 뜬금없는 매출을 올린 셈이고, 언제 또 말이 바뀔지 몰라 마냥 신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내 유통업체들은 신이 났습니다.

월마트 등 여러 대형마트 업체들은 기존엔 1+1, 2+1 행사를 비롯한 여러 할인 행사들을 상시 진행했어요. 특히 아마존의 급성장 이후엔 오프라인 최대 업체인 월마트를 제외하면 다른 업체들은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왔죠.

그런데 이젠 마트들이 할인 행사를 하지 않습니다. 생필품 사재기를 위해 소비자들이 마트로 몰려오는데 굳이 할인해가며 팔 필요가 없죠. 그냥 정가에 판매만 잘해도 양심적인 겁니다. 현지에서는 일부 업체들은 가격이 더 오른 뒤 팔기 위해 전략적으로 재고를 비축한다는 의혹도 나옵니다.

미국의 사업가인 마크 쿠번은 자신의 SNS를 통해 “수입품이 아니더라도 지금 빨리 사야 한다. 마트들은 관세에 영향이 없는 상품 역시 관세 핑계를 대며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죠.

할인 판매를 안 해도 사겠다고 사람들이 달려오고, 가격을 올려도 트럼프 탓을 하며 배짱 장사를 해도 뭐라 하기 힘드니 유통업체들만 살판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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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트럼프의 ‘관세 정치’ 역풍 맞을까? 아직은 ‘시기상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유세 당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구호로 경제 문제를 강조해 재선이 유력했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죠. 그만큼 경제 문제가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좋은 예시입니다.

이렇게 생활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으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엔 자신의 정책 방향을 바꾸거나 계속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아직 역풍은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아직은 물가 상승에 대한 인식을 크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현지인들도 상당하고 트럼프 지지율 감소도 크지 않아요.

미국 CBS 방송이 미국 성인 24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칠 장기적 영향에 대해 42%는 나빠질 것으로, 34%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반적인 경제 정책에 대해선 44%가 찬성, 56%가 반대했어요. 3월 초 대비 찬성이 51%에서 44%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통령 지지율 역시 2월 조사 대비 고작 6%포인트(p) 하락한 47%로 조사됐어요.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관세 정책 방향의 전면적 전환을 고민할 이유가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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