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73건보다 17% 가까이 늘어
‘밸류업 프로그램’ 힘입어 주주환원책 일환
주가 부양 효과는 ‘미지수’…대외 변수에 일시적일 수도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소각이 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함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자기주식 취득 결정’ 공시는 70건, ‘자기주식 처분 결정’ 공시는 132건으로, 총 202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자기주식 취득 결정’ 52건, ‘자기주식 처분 결정’ 121건으로, 총 173건을 기록했을 때보다 17% 가까이 늘었다.
자사주 취득과 소각은 기업 가치 제고 효과를 일으켜 결론적으로 주가를 상승시킨다. 상장사가 자사주를 사들이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해서다.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해 완전히 없애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지난해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상장사는 올해 초부터 주주환원책으로 자사주 취득 및 소각 카드를 적극적으로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이었던 금융지주사들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두드러진다. 최근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은 연말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받은 뒤, 시장에서 자사주 1만2127주를 추가 매입했다. 김 회장은 이번을 포함해 총 일곱 번의 자사주 매입으로 JB금융지주 주식을 총 16만 주 보유하게 됐다.이는 발행주식의 0.08%에 해당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달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밸류업 공시’에서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지주 외 상장사도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이다. 코스피 상장사 빙그레는 전날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66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빙그레 주가는 전날 4.59% 상승한 9만5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마트도 밸류업 프로그램 차원에서 372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날 소각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취득한 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18일 소각 완료할 예정이다. 올해 셀트리온이 소각 완료했거나 소각 예정인 자사주 규모는 약 8000억 원가량 된다.
삼성 계열사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한창이다. 삼성화재는 밸류업의 일환으로 5126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소각 예정일은 30일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발표한 3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2차 자사주 매입에 한창이다. 삼성생명은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이 1억3000만 원 규모의 취임 후 첫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책임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이외 한미반도체가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를 통해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하는 등 주가 부양을 위한 활동은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이 주는 주가 부양 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독 기업 가치와 상관없이 경제 환경에 따라 주가가 크게 등락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증시 전반의 근본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부터 자사주 소각이 한창인 삼성전자도 글로벌 증시와 대내외적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현재 ‘5만전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