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손상 부작용 발생…일라이 릴리 ‘오르포글리프론’ 첫 먹는 비만치료제 가능성 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성공에 힘입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들 ‘주사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빅파마들이 먹는 비만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간 독성 부작용 등의 이유로 임상이 중단되고 있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미국 제약사 화이자(Pfizer)는 먹는 비만치료제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의 개발을 중단했다. 임상 3상 시험에서 일부 환자에게 간 손상 부작용이 발생이 보고되서다. 해당 환자는 투약 중단 이후 증상이 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누글리프론은 GLP-1 수용체 유사체를 소분자 화합물로 개량 약물이다. 주 1회 주사 방식의 위고비, 마운자로에 대응하는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됐다. 주요 약동학 목표는 충족했다고 밝혔지만 간 독성 우려로 결국 연구를 중단하게 됐다.
앞서 화이자는 2023년 12월 다누글리프론의 1일 2회 제형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중단한 바 있다. 해당 시점에서 화이자는 다누글리프론의 임상 2b상 시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지만 메스꺼움·구토·설사 등의 부작용 발생빈도가 높아 투약 포기자가 많아졌고 결국 임상을 중단한 바 있다.
크리스 보쇼프(Chris Boshoff) 화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는 “비만을 포함한 심혈관 및 대사 질환은 여전히 충족되지 않은 중요한 의료 수요 영역이며, 우리는 환자 치료의 중요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연구용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발전시키기 위해 글로벌 역량을 계속 활용할 계획”이라며 “기존 비만 치료제 프로그램은 지속해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약사 암젠(Amgen)도 2023년 먹는 비만약 후보물질 ‘AMG 786’ 개발을 진행했지만 2024년 5월 중단을 선언했다. 현재는 월 1회 투약하는 방식의 ‘마리타이드(MariTide)’를 개발하고 있다. 마리타이드는 기존 비만 치료제는 달리 GLP-1 수용체에 활성화하는 펩타이드와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 호르몬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체를 결합한 ‘펩타이드 항체 접합체’다. 지난해 11월 임상 2상 시험 결과 1년 만에 평균 20%의 체중 감량에 성공한 것으로 나왔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60개 이상의 제약사와 바이오기업들이 먹는 비만약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중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기업은 일라이 릴리다.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첫 먹는 GLP-1 비만치료제로 내년에 시장이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2025년 글로벌 제약산업 전망: 불확실성 시대의 도전과 기회’ 보고서를 통해 “오르포글리프론은 2026년 첫 경구용 비만치료제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앞선 임상 2상에서 36주 만에 체중을 최대 14.7% 감량시켜 주목받았고, 올해 8월 임상 3상이 종료될 예정이다.
영국 기업 아스트라제네카(AZ)는 2023년 중국 에코진(Eccogene)으로부터 먹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AZD5004’을 도입해 현재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스위스 제약사 로슈도 미국 바이오텍 카르못 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를 인수하면서 여러 GLP-1 계열 치료제의 개발권리를 확보했다. 로슈는 현재 먹는 비만 치료제 ‘CT-996’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시판 허가를 받은 GLP-1 계열 먹는 치료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리벨서스’가 유일하지만,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 삼천당제약, 디엑스앤브이엑스, 디앤디파마텍 등이 먹는 비만약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