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촉진 정책 효과 나타나
미·중 갈등 속 침체 우려는 커져
UBS, 올해 전망치 하향
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4%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 부과로 전망은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1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이날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 중앙값 5.2% 성장률을 웃돈 수치다.
선진국처럼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을 연율로 환산한 성장률은 4.9% 정도다. 생활 체감도에 가까운 명목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6% 확대됐다.
3월 산업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7.7% 늘어나면서 2021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 예상치는 5.9% 증가였다. 1분기 산업생산은 6.5% 증가했다.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는 45.4%, 3D 프린터 설비는 44.9%, 산업용 로봇은 26.0% 각각 증가했다.
공장 건설 등을 나타내는 1분기 농촌 제외 고정자산 투자는 4.2% 늘었다. 이코노미스트 예상치는 4.1% 증가였다. 이중 민간 투자가 0.4%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1분기 부동산개발 투자가 9.9% 줄었다. 신규 주택 판매 면적도 2.0% 감소했다.
백화점, 슈퍼마켓 매출과 인터넷 판매 등을 합한 3월 소매판매는 5.9% 증가했다. 성장률로는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4.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음식점 매출이 5.6% 늘었다. 1분기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1분기 달러화 기준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증했다.
소비재 보상판매 정책으로 가전제품과 가구 판매가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것이 소매판매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미셸 램 소시에테제네랄 중화권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긍정적인 서프라이즈는 소매 판매량으로 소비 관련 보조금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산업생산도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강력한 수출 데이터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과거의 일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4월 대중국 추가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기 전 시기를 대상으로 한다. 대부분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145%까지 올라가면서 중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출은 올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지도부는 올해 온갖 어려움에도 지난해와 같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유지했다. 1분기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였지만,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국내 소비가 지속적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고려할 때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러 투자은행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UBS는 이날 중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3.4%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경계감을 감추지 않고 중국 경제에 대한 지원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통계국은 성명에서 “외부 환경이 더 복잡해지고 엄격해지고 있으며 국내 유효 수요를 촉진하는 동력이 부족하고 지속적인 경제 회복과 성장의 기초가 아직 굳건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거시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성장을 뒷받침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거듭 밝히면서 적절한 시기에 주요 정책금리와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방침을 밝혔다.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이달 중 회의를 열어 향후 몇 달간의 정책 과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