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20 칩 중국 수출 제한…“엔비디아, 분기 55억 달러 손실 전망”

중국 수출 맞춤형 최신 AI 칩
시간외거래서 6%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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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엔비디아 H20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고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미 정부로부터 9일 H20 칩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될 위험이 있음에 따라 중국 수출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전날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고지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의 현재 및 이전 수출 규정에 따라 중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제작된 AI 칩 가운데 가장 진보 버전이다. AI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사용될 수 있지만 성능이 지나치게 강력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에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H20 칩의 중국 수출 제한 타격으로 55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알렸다.

이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정규 거래는 1.35% 상승으로 마감했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 6% 이상 급락했다. AMD(-7%), 브로드컴(-3%) 등 다른 반도체주도 시간 외 거래에서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규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술 개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접근 방식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10월에 중국에 군사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엔비디아 등 최고급 사양의 AI 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이를 시작으로 중국에 대한 칩 수출 규제는 점차 강화돼, 반도체 제조 장비는 물론 AI 애플리케이션에 필수적인 다양한 프로세서와 고대역폭 메모리 칩까지 포함하게 됐다. 또한 지리적 범위도 중국에 뒷문을 제공할 우려가 제기된 약 40개국에서 사실상 전 세계 대부분으로 확대됐다.

일각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H20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 만찬에서 협상을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한 엔비디아가 14일 미국에 향후 4년간 파트너사들과 최대 5000억 달러(70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를 생산할 계획을 밝힌 것이 그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약속이 세부 사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1월 글로벌 AI 업계에 충격을 주었던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모델을 훈련하는 데 H20 칩이 사용된 것으로 보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수출 통제를 해야 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측에서는 AI 칩 수출 규제를 강화할수록 중국이 미국 기술로부터 독립하려는 의지를 더욱 강화시킬 뿐이며, 오히려 이로 인해 미국 기업이 약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본 도쿄에 있는 인베스코자산운용의 기노시타 도모 글로벌마켓전략가는 “미국 정부의 엔비디아 규제 강화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 전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전자산업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정책이기도 하며, 그런 점에서 영구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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