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계열사 영풍전자 매출이 1년 새 6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에 공급하던 디스플레이 부품 불량 문제가 실적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영풍전자를 비롯한 코리아써키트, 시그네틱스 등 영풍 계열사들이 줄줄이 실적 쇼크를 기록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영풍전자 매출은 1843억 원으로 전년(4672억 원) 대비 60.5% 큰 폭 감소했다. 영업손실 411억 원, 당기순손실 141억 원으로 3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영풍전자는 장형진 고문이 과거 영풍 회장 취임 당시 반도체 부품 영역으로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인수한 첫 회사로 알려져 있다. 1995년 영풍 계열로 편입됐고, 2000년 사명을 유원전자에서 영풍전자로 바꿨다.
영풍전자의 실적 쇼크 배경에는 애플 협력사에서 퇴출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풍전자는 아이폰 디스플레이에 탑재되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를 생산해 왔는데, 2022년 칩 탈락 등 불량이 발견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출시 모델과 2023년 일부 기종 외에 지난해에는 애플에 공급된 물량이 거의 없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주 고객사를 잃은 영풍전자 매출은 △2022년 7202억 원 △2023년 4672억 원 △2024년 1843억 원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다른 전자부문 계열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에 주력하는 코리아써키트는 2023년 -321억 원, 지난해 -331억 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당기순손실은 네 배 이상 확대됐다. 시그네틱스도 2022년 대비 지난해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전자는 애플 공급망 배제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설비투자 규모(유형자산 취득액)를 전년 대비 7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며 "그룹 오너 일가가 영풍전자의 턴어라운드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