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추세선 교차 ‘약세장 진입 신호’
트럼프 관세 유예에 “3개월간 어두운 불확실성”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증시는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에 대한 반응으로 급반등했다. 관세 유예 발표가 나왔던 9일은 미국증시 벤치마크 S&P500지수가 9.5% 폭등하는 등 손꼽히는 상승 폭을 기록한 하루가 됐다. 이날도 미국 주식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관세 유예 결정에 따라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반등이 투자자들에게 힘든 시기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사상 S&P500지수가 사상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고 나서 단기적으로 평균 이하의 수익률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500지수가 일일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15번의 거래일 이후 6개월 동안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한 것은 43%에 그쳤다. 데이브 마짜 라운드힐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러한 헤드페이크는 시장 침체기에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헤드페이크는 경제 위기 때만 일어났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S&P500지수 일일 상승 폭 상위 15건을 보면 2번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에, 또 다른 2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일어났다. 1차례는 1987년 블랙먼데이 폭락 기간, 다른 9차례는 1929년부터 1933년 사이의 대공황 기간 중 발생했다.
90일 관세 유예가 시장에 좋은 일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프랭크 몬캄 버팔로베이유커머더티 매크로 트레이딩 책임자는 “관세 부과 기한을 90일 연기하면 시장에 3개월 더 어두운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찾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S&P500지수는 이날 2022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단기와 장기 추세선이 교차하는 ‘데드크로스’를 기록했다. 기술 분석가들은 일반적으로 이를 증시 단기 조정이 장기 하락 추세로 전환되는 약세장 진입 신호로 해석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봤을 때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심하기는 어렵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S&P500은 지난 50여 년간 23회의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는데, 그 중 54%는 이미 데드크로스 발생 전에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했다. 나머지 46%의 경우 데드크로스 이후 매도세가 가팔라지면서 해당 시점 이후 반등하기 전까지 평균 19% 하락했다. 특히 1981년, 2000년, 2007년의 데드크로스는 그 이후의 하락이 각각 21%, 45%, 55%로 컸다.
뉴욕증시 S&P500지수 단기(50일) 이동평균선이 장기(2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져 두 선이 교차하는 현상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술적 하락 전환 신호로 해석되며 중기적 하락장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