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알루미늄 비슷한 수준 20%로 예상
중국에 유독 높은 ‘반도세 관세’ 가능성
미국의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에 곧 품목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많은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관세는 중국산 제품에 높은 수준으로 적용되는 한편, 우방국에는 협상의 여지를 남긴 ‘차등 전략’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15일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관보에서 반도체, 반도체 제조 장비, 파생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관세가 "아마 한두 달 내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개월 이내 반도체ㆍ전자부품에 대한 품목 관세가 발표되는 한편 대체로 20% 안팎의 관세율에, 중국산 반도체에만 유독 높은 관세율이 매겨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관련 품목은 스마트폰과 메모리 등 반도체 칩, 서버, 노트북 등 전자장치, 집적회로(IC) 등이다. 해당 품목들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면 중국에 부과한 125%의 상호관세를 적용한다. 그 외 국가들에 대해서는 ‘90일 유예기간’에 따라 7월 8일까지 상호관세에서 제외하고 10%의 보편관세만 적용한다.
이 품목들은 한국 기업들의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수입 품목 중 한국 비중이 상위인 품목은 △PC 및 서버 부품(한국 비중 13%) △SSD(29.2%) △반도체 부품(7.5%) △IC집적회로(6%)다.
반도체 관세가 발표되기까지 한 달 동안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반도체·전자제품 등에 대한 최종 관세가 20% 안팎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은 “한달 유예기간 동안 최종 생산지 우회 수출 비중을 늘려 관세 최소화가 가능하다”며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으로 상호관세에 해당하는 20% 내외의 관세율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국 견제와 미국 투자 유치다. 이를 위해 중국에만 높은 관세를 유지하며 다른 나라에는 협상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신설을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산 반도체의 관세 강화를 통해 중국 후공정 경쟁력을 약화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자국 내 생산 시설 유치를 위한 비용 격차를 관세로 보전해 주는 방식이라 생각된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한정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발표한 만큼, 이를 토대로 중국산 반도체에는 더 높은 관세 부과도 가능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또한 반도체 공장은 시설투자비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도 높은 관세를 부과받아도 공장을 가동하며 버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이 보다 과감하게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에 부과되는 높은 관세율은 자연스레 우리 기업에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롄에 D램과 낸드 공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공장 투자를 압박하는 만큼, 두 회사가 중국 내 생산 비중을 줄여 높은 관세를 피하고 미국에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가동 중이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완공 목표인 미국 인디애나주 라파예트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