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흑연·리튬 등 대부분 중국 의존
정부 “공공비축·민간재고 및 대체재로 대응 가능”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등 ‘자원 무기화’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수요 희토류 및 핵심 광물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뉴욕타임즈(NYT)는 중국 정부가 자동차, 반도체, 미사일 등 첨단 제품에 쓰이는 희토류 원료와 자석의 수출을 중단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45%의 고율 관세를 예고한 데 따른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희토류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 가공ㆍ정제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희토류 공급망의 대부분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수출 통제가 미국을 겨냥한 조치인 만큼 국내 산업계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디스프로슘, 이트륨 등의 핵심 광물은 6개월분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민간 재고와 대체재 등을 통해서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그간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을 틀어쥐며 협상 카드로 활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중국산 핵심 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불안이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희토류 수입 중 82.5%가 중국산이었다. 인조흑연(97.9%), 천연흑연(87.0%), 수산화리튬(83.4%) 등도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2023년에도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의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며 공급망을 압박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수출 승인을 받아 직접적 피해는 없었지만,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공급망 ‘탈중국’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례로 포스코그룹은 그룹 밸류체인을 활용해 국내에 수산화리튬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아프리카 등으로 흑연 공급망을 다양화하는 상황이다. 캐나다, 호주 등으로도 리튬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 역시 핵심 광물 자립도를 높일 대안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중 전략 및 기술 패권 경쟁 격화, 자원 보유국의 자원 무기화 등으로 광물 공급망 불완전성이 현저히 높아졌다”면서 “칠레, 아르헨티나 등 중국 외 자원 보유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수입선 다변화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공급망 다변화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중국 의존도를 유의미하게 낮추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광물 가공·정제 시장 점유율까지 고려하면 중국을 100%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미중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각 기업이 적극적으로 조달처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