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외사업장 청산하거나 줄여야 지원
일본, 보조금 쏟아부어 전략산업 육성
전문가들 "유턴기업 정의 더 넓혀야"
해외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리쇼어링(해외 생산 기지의 국내 복귀)’이 눈에 띄게 적은 이유는 정책적인 지원 차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4일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리쇼어링의 사전적 의미를 구체화한 선정 요건을 통해 정책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정한 ‘유턴기업’ 선정 요건 가운데 ‘해외사업장 구조조정’의 경우 △해외사업장 청산 △양도 △생산량 축소(매출액 25% 감축) 중 한 가지에 해당해야 한다.
이는 해외 사례와 대비된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유턴’과 같은 형식적 요건보다 전략산업 내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전반적인 투자 촉진에 더 초점을 둔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해외투자 축소’같은 조건이 없을 뿐 아니라 자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에도 동일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산업정책으로 리쇼어링을 간접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은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을 본국으로 회귀시키려는 정책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특정 산업에서만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일반적으로 자국 내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주를 이룬다.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자금 등 지원에 대한 규정은 2013년 제정된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해외진출기업복귀법)’에서 정한다. 현행법이 국내 복귀를 인정하는 범위가 좁거나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자동 폐기된 다수의 개정법률안들은 리턴기업의 정의를 더 넓히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외인소싱에서 국내인소싱으로 전환하는 기업뿐 아니라 국내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리턴기업의 정의에 포함하자는 내용의 개정안(구자근·김병욱 의원),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축소하지 않더라도 국내복귀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의 개정안(곽상도 의원) 등이다.
해외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적극적으로 해준다. 우리 국회에서도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수시로 발의되지만, 대체로 정부의 반대에 빛을 못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장을 뒤집어 더 지켜봐야 하지만, 바이든 전 정부가 추진했던 ‘반도체법(CHIPS Act)’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법안이다.
일본은 TSMC에 일본 내 두 번째 공장 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을 제공하고, 인프라 지원과 규제를 완화하는 등 일본 내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노사 관계와 높은 인건비, 규제 등 리스크가 높은 국내 환경 속에서 기업들을 다시 유인하기 위해서는 단위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해외로 나간 기업들은 저렴한 인력을 찾아 나간 것인데, 국내는 인건비가 너무 높아 돌아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순노동이 아닌 연구개발(R&D) 투자로 움직이고, 모든 산업 분야를 첨단화하는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