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서울 주택 매수자 중 법인 매수 비중이 전월 대비 증가하고 지방 투자자 비중도 지난해 하반기 평균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의 주택 매수와 서울 내 지방 투자자 비중은 서울 부동산 시장 상승세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지난달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시행 영향으로 3월 마지막 주부터 투자자 수요 유입이 차단됐지만, 두 지표 모두 양호한 상태를 보인 만큼 서울 내 집값 상승 동력 여전히 남은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 분석 결과 3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오피스텔) 법인 매수량은 1191건으로 전체 매수건 1만1383건 가운데 10.5%를 차지했다. 이는 2월 거래량 1189건보다 많고, 비중으로 따져도 1만3809건의 8.6%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9%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서울 집합건물 법인 매수 비중은 지난해 12월 9.0% 수준이었다. 거래량을 따지면 전체 1만3024건 중 1175건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후 올해 들어선 서울 집값 상승세에 힘입어 1월 10.9%까지 늘어난 뒤 2월 8.6%로 쪼그라드는 등 등락을 거듭했다. 보통 법인의 부동산 매수는 투자를 위해 집행되며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을 때 늘어난다.
법인의 서울 주택 매수 증가와 함께 지방 투자자의 서울 매수세도 여전하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3월 서울 집합건물 매수자 중 지방 투자자의 비중은 26.7%로 전월(27.9%) 대비 1.2%p 감소했다. 3월 지방 투자자 매수 건수는 2781건으로 전체 1만403건의 4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을 보였다.
이렇듯 지방 투자자의 서울 주택 매수세는 3월 기준으로 전월 대비 소폭 감소세를 보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평균 수준 매입 비중인 24%보다는 여전히 많은 규모를 지속 중이다. 지방 투자자 비중은 지난해 7월 24.8%였으며 이후 지난해 12월 24.8%를 기록할 때까지 하반기 내내 24%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비중은 1월 28.6%까지 치솟았고 2월에도 27.9%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법인 매수세가 여전하고 지방 투자자 비중도 전년 평균을 웃돌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지속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첫째 주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1.10%로 집계됐다. 전국 누적 상승률이 –0.28%인 것과 비교하면 서울 아파트값만 역주행 중인 셈이다. 지난달 24일 토허제 재시행 이후에도 서울은 3월 넷째 주와 다섯 째 주 0.11%씩, 4월 첫째 주 0.08% 상승하는 등 집값 오름세는 지속 중이다.
또 강남 3구와 용산구만 규제를 받고 그 외 지역은 여전히 갭투자를 포함한 부동산 투자가 가능한 것도 서울 집값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4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74건 수준이다. 이 가운데 강남구 거래량은 4건에 그쳤지만, 인접한 강동구와 성동구의 거래량은 각각 20건과 22건으로 강남구의 5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 중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서울 주택에 대한 법인과 지방 투자자 수요가 여전한 것은 서울 집값이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본 수요가 유입되는 것으로, 저점이라고 판단한 투자자 수요가 몰린 것”이라며 “당분간 서울 내 주택 공급량이 부족하므로 시간이 갈수록 집값이 우상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런 투자 수요들은 오를 만한 곳에만 몰리는 경향이 있다. 서울에서도 핵심지에만 집중될 것”이라며 “결국 서울 주택 시장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