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부스 직접 찾아 음식 맛보고 현지 이벤트 참여…현장 점검 나서
잘 나가던 삼양식품, 미국 관세 리스크 직면…TF 구성해 대응책 고심
‘불닭볶음면(불닭)의 어머니’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올해 첫 글로벌 현장 행보로 미국을 찾았다. 표면적으론 유명 뮤직 페스티벌 참석이었지만, 삼양식품의 현지 상황이 녹록지 않아 마냥 편한 행보로 읽혀지지 않는다.
삼양식품은 최근 2~3년간 불닭의 메가 히트로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부상했지만,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관세폭탄 사정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에 수출하는 불닭 등 제품은 모두 100% 국내에 제조ㆍ수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부회장이 이번 방미 기간 관세 대응책을 모색하는 한편 시장 공고화를 위한 복안 마련에 부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삼양식품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개막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을 찾았다. 코첼라 페스티벌은 전세계에서 매년 30만 명이 이상이 찾는 북미 최대 음악 축제다. 삼양식품은 한국 기업 중 최초로 코첼라와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 현지에서 부스를 차렸다.
김 부회장은 페스티벌 기간 불닭 부스를 방문, 직접 현지 반응을 살폈다. 그는 총 6곳에 마련된 참여형 이벤트를 체험하고 불닭소스를 곁들인 다양한 음식도 맛봤다. 불닭 부스는 불닭 단품뿐 아니라 '불닭' 브랜드 전반에 걸친 이벤트가 진행돼 페스티벌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삼양식품은 김 부회장의 방미 배경에 대해 글로벌 축제 현장에서 전 세계인과 소통, 불닭 브랜드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김남숙 삼양식품 불닭브랜드본부장은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넘버원 핫소스 브랜드로 도약 하기 위한 경영 행보”라며 “김 부회장은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해외 현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최근 삼양식품이 맞닥뜨린 관세 리스크와 맞물려 이목을 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리나라에도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 K푸드의 역대급 수출을 견인한 K-라면의 수출 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양식품은 미국 현지 공장이 없이 국내 공장 3곳에서 생산 수출하는 터라, 경쟁사 대비 관세 리스크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현재 삼양식품 전체 매출의 77%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매출의 약 30%가량은 미주 지역이 차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미국 관세 이슈와 관련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아직 묘수가 없는 실정이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이달초 기자들과 만나 “아직 확정된 방안은 없지만 수출권역 다변화나 원가 개선 등 여러 대응 방안을 살피고 있다”면서 “(해외 공장 건설 관련) 여러 지역에 대한 검토를 지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는 식품업계 공통 이슈라고 생각하는 만큼 타 업체와 협회, 기관들과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김 부회장이 이번 미국행 이후 어떤 복안을 내놓을 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관세 이슈는 특정 기업이 단시간 내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다만 오너가 미국 현지에 간 만큼 보다 면밀하게 (관세) 이슈 관련 기류와 대안을 살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