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일관성 없는 관세 정책을 바라보는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미국은 지금의 상호관세를 정책보다는 장사와 흥정의 도구, 또는 회초리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정해진 질서와 체계 안에서 이뤄지는 상식적인 무역과 통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그의 갑질을 살펴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무차별 관세다. 중국에는 145%라는 상식 밖의 관세율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중국에 대한 관세는 글로벌 시장에 연쇄적인 피해를 안긴다.
관세율 산정과 유예 방식도 멋대로다. 중국이 ‘맞불 관세’를 놓자 이에 응징하듯 미국은 125%까지 상호관세를 올렸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점을 문제 삼아 마치 벌을 주듯 10%씩 두 차례, 총 20%의 관세를 추가했다.
2일(현지시간)에는 국가별 상호관세율 현황판을 공개했다. 그에겐 마치 식당 메뉴판과 같았을 것이다. 공개된 상호관세율은 모호한 기준으로 책정됐고, 이마저도 오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초강대국 미국의 모습이다.
이 메뉴판에 세계 경제와 주가가 요동쳤다. 다음날엔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90일 동안 상호관세를 유예하고 기본 관세 10%만 물리겠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기업들은 선박에 물건을 실으며 어떤 세율을 계산해야 할까. 내일이면 세율이 더 오를 수도 있는데 오늘 물건을 더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물건은 한 달이 지나서야 미국에 도착할텐데 그때의 관세는 어떻게 달라질까.
자유무역협정(FTA),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가 무색해진다. 신사적인 협의로 만든 우리의 질서가 깨지고 있다.
모두 알고 있다. 정말로 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마주 보고 협상하자는 시그널이다. 그러나 방법이 지나치게 거칠고 일방적이다. 강대국으로서 신뢰와 품격을 찾아볼 수 없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변 국가들은 미국의 무자비한 폭격에 참지 않았다.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거나 미국 국채를 다량 매도하며 반격했다.
대미((對美)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처럼 맞서기는 어렵다. 미국과 ‘딜’ 할만한 협상 카드도 없다. 미국의 불장난에도 숨죽이며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염원이 그에게 닿을 리도 없다. 무기력하게 있을 수도 없다. 우리의 현실은 너무 작아서 휘둘리기 쉽지만, 작아서 전술적으로 움직이기 수월하다는 강점은 있다.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거나 공급망을 바꾸거나, 출고 시기를 조정하는 등 방식을 검토 중이다. 파도에 정면충돌보다 빈틈을 노린 지혜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