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기업 보호 기조로 풀이
삼성·애플 등 일단 직격탄 피해
14일 반도체 관세 발표 예상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스마트폰과 메모리 반도체 등 일부 전자제품을 제외한 것은 제품 가격 폭등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과 애플 등 자국 기업 피해가 커질 것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상호관세 125%가 부과된 중국에 대해서도 관세 면제를 적용, 미중 간 ‘치킨게임’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를 겨냥한 품목별 관세 부과 계획을 예고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13일 외신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이 11일(현지 시간) 밤 공지한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보면 △컴퓨터 및 데이터 처리 장비 △컴퓨터부품(GPU 관련 부품 등) △반도체 제조 장비 △스마트폰 및 통신 장비 △반도체 소자 및 집적 회로 등 품목은 상호관세 부가에서 제외된다. 10일 오전 0시 1분부터 중국산(産) 제품에 부과한 125%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면제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은 개인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품목이다. 미국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거대 시장인 만큼 자국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제품 가격 상승으로 미국 국민의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들은 이번 조치로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애플과 델 등 미국 기업들이 관세 부담에서 일정 부분 벗어나게 됐다고 평가했다.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을 만드는 삼성전자도 비슷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와 TSMC 등도 이번 조치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노트북, 반도체칩(메모리칩, 낸드플래시) 등에서 상호관세 장벽을 넘어서게 됐고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SSD,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서 관세 피해를 빗겨가게 됐다.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표 당시 반도체는 품목별 관세부과를 이유로 상호관세에서 일단 제외하면서도 메모리 모듈과 낸드인 SSD는 상호관세 부과대상으로 분류했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를 예고해온 만큼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힌 상태는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반도체 관세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는 반도체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 발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법은 외국산 수입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 등 긴급하게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2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지난달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발표한 것도 이 법에 근거한다. 상호관세 발표에서 자동차와 철강을 제외한 것처럼, 반도체 역시 해당 법에 따라 품목별 관세를 새롭게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관세 정책과 적용 품목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업계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속 바뀌는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고 아직 정부 간 협상 기간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며 “지금으로선 계속 발표되는 것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