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고장·원패스 가입 및 로그인 등 문제도
10일 대구 용계초의 한 교실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최희정 교사는 학생들에게 인공지능(AI)디지털교과서(AIDT)를 활용해 직접 문장을 읽어보라고 지시하며 “본인이 녹음한 게 70점 이하로 나오면 다시 한번 녹음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사의 지시에 교사를 보며 설명을 듣던 학생들은 기기에 이어폰을 연결한 뒤 AIDT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교실 안은 아이들의 영어 말하기 소리로 소란스러워졌고, 각 기기는 학생들의 속도에 맞춰 각기 다른 화면을 나타냈다.
학생들이 한 문장씩 이야기할 때마다 기기 화면에는 억양을 체크하는 그래프가 나타났고 실시간으로 점수가 매겨졌다. AIDT 화면에는 ‘발음의 유창성을 점수로 비교한다’는 설명과 함께 학생들이 각각 받은 점수가 100점 만점으로 기록됐다.
최 교사는 아이들이 AI를 활용하기에 너무 이르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제가 원어민이 아니다보니 AIDT를 활용해 아이들이 발음이나 억양을 배우도록 할 수 있다”면서 “이런 부분은 어릴 때 교정할수록 좋아서 지금부터 AIDT를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실에 AIDT가 도입됐다고 해서 매 수업 시간 내내 AIDT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교사들은 분필을 활용해 직접 판서를 하며 개념 설명도 하고, AIDT를 활용해 조별활동을 시키기도 하는 등 수업을 다양한 요소로 채우는 모습이었다. 김태훈 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은 “수업 내내 AIDT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들 하시지만, 교사들이 필요할 때마다 쓰는 거라 많아봐야 수업 시간의 절반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덕화중에서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AIDT를 활용한 수학 수업이 진행됐다. 수업에서 임선하 교사는 AIDT를 활용해 ‘분수’와 관련한 퀴즈를 내고, 학생들이 게임 형식으로 관련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퀴즈 이후에는 판서를 하며 개념 설명을 덧붙였고, AIDT를 활용해 응용 문제를 풀도록 시켰다.
임 교사는 “수학 같은 경우 학생별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데, AIDT로 형성평가 문제를 풀게 했을 때 맞힌 아이에게는 더 어려운 문제가 제공이 되고 틀린 학생에게는 쉬운 문제가 제공된다”면서 “AI가 자동으로 문제를 제공하기도 하고, 교사가 직접 문제를 고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덕화중 1학년인 박지우 양은 “AIDT에 제공되는 문제가 다양해서 학원을 다닌다면 보충하는 용도로 (AIDT를) 쓰면 될 것 같다”며 “굳이 학원을 안 다녀도 문제가 많으니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IDT 도입 초기인 만큼 미진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이날 용계초에서 영어 수업 진행 중간 학생의 기기가 고장나서 작동하지 않자 교사가 급히 교체해주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AIDT를 활용하려면 학생들은 먼저 교육디지털원패스에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데 일각에서는 가입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희정 교사는 “학생들이 AIDT에 로그인에 필요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까먹는 경우가 있었다”며 “개인정보니까 교사가 (비밀번호를) 갖고 있을 수 없으니 AIDT를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AIDT가) 33% 정도 채택이 됐는데, 채택한 학교에 대해서는 거의 매일 점검을 하고 있어서 큰 문제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원패스 가입 문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랑 잘 협상이 돼서 최대한 간소하게 할 수 있도록 편리하게 바꿨다. 그래서 초기보다는 훨씬 더 이제 좀 편리해져서 원패스 가입률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