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신세계, 올해 일부 시내면세점 철수 등 구조조정 본격화
올해 1월 국내 면세점 매출 전년 대비 40% 급감
“특허수수료ㆍ입국장 면세점 도입 등 대책 필요”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한국 면세점의 입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엔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소비 패턴의 변화로 시내면세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 계속된 영업손실을 버티지 못하면서 특허권(영업권)을 반납해 몸집을 줄이거나, 매장을 규모를 축소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매장 축소에 따른 희망퇴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면세점업계 인력 구조조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면세점과 신세계백화점 계열 신세계면세점은 잇달아 시내면세점을 정리하는 한편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대면세점은 7월 시내면세점인 동대문점 문을 닫고 삼성동 무역센터점은 현재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시내면세점을 줄이면서 인력 감축에도 나섰는데, 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시행한다.
신세계면세점도 올해 1월 시내면세점인 부산점 철수에 나섰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잠실월드타워점 매장의 35%를 차지하는 타워동을 없애고 부산점도 1개 층으로 축소했다. 매장 감축에 따라 같은 해 8월 희망퇴직도 받았다. HDC신라면세점도 같은 달 희망퇴직을 받으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은 각 사 매출의 약 8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외국계 면세점들은 공항면세점에 집중하는 반면, 국내 면세점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인 유커(游客)의 방한 붐에 힘입어 2015~16년 치열한 시내면세점 유치전을 벌였다.
그러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본격화 되면서 시내면세점은 쇠락의 길로 들어선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22개였던 국내 시내면세점은 지난해 16개로 줄어들었고, 이번에 현대ㆍ신세계면세점의 철수로 인해 더 줄어들게 됐다. 서울만 놓고 보면, 2019년 13개였던 시내면세점은 올해 8월이면 6개로 절반이상 줄어들게 된다.
면세점업계의 잇단 철수는 엔데믹을 기점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층이 편의점이나 CJ올리브영에서 쇼핑을 즐기면서 면세점이 주력 쇼핑채널에서 밀려났다. 여행 패턴도 단체에서 개별 여행으로 바뀐 터라, 면세점업계는 마케팅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국내 면세점 수익으로 직결되지 않아, 업계의 보릿고개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주요 면세점 4사의 영업손실액은 2776억 원에 이른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1월 월간 면세점 매출액도 954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 급감했다. 면세점 월매출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3분기 예고된 유커 대상 국내 입국 무비자 시행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큰 수혜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정부는 앞서 면세주류 병수 제한 폐지 등 규제를 일부 풀었지만, 주류 구매 가격상한선은 유지한 터라 면세점업계의 실질적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뾰족한 실적 개선책이 나오지 않자, 공항면세점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2023년 고가 입찰을 통해 인천공항에 입점한 일부 면세점들은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입찰에 실패한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로 임대료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코로나19 전후로 완전히 뒤바뀌었지만, 제도와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서 “특허수수료 개편, 입국장 인도장 설치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