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소향 발주도 없어…영향 제한적
관세부과, 시장 물동량 감소 불가피…업황 악화
국제유가 하락…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반영
‘관세 리스크’ 속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을 향한 전망이 복잡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면서 HMM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시장 물동량 감소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면서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선 물동량(톤마일 기준) 중 미중 비중은 8%에 달한다. 단기적으로 중국발 미주 물동량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HMM의 반사이익을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도모하고 중국의 해양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명령에는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과 관련한 국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메리츠증권은 중국 선사는 태평양 노선 기준 5000~1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선박 기준 TEU당 원가가 9~17%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iM증권은 컨테이너 운임이 현재 대비 3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MM은 컨테이너선 중 중국 선박 비중이 6%로 글로벌 선사 중 가장 낮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세계 4위 컨테이너 선사 코스코의 중국 선박 비중은 42%에 달한다. 이어 일본 ONE(24%), 프랑스 CMA CGM(21%), 스위스 MSC(18%), 대만 에버그린(11%), 독일 하팍로이드(10%) 등의 순이다. 상대적으로 중국산 선박 비중이 낮은 HMM은 미국 항구 입항 시 75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업계 평균 175만 달러 대비 43%에 해당하는 규모다.
HMM은 중국 조선소향 발주(0%)도 없어 향후 미중 갈등에 따른 영향도 제한적이다. 코스코의 주문 중 중국 발주 비중은 100%에 이른다. MSC(93%), 하팍로이드(84%), 머스크(75%), CMA CGM(58%), ONE(56%) 등의 비중도 50%를 넘는다.
문제는 물동량 감소다. 미 행정부의 기본 관세율 10%와 철강·자동차 품목관세 25%는 여전히 살아 있다. 기업의 수출 감소는 해운물류 감소로 이어진다. 상호관세가 90일 유예됐지만 언제 재개될지도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후 상호관세 유예 연장 가능성에 “그때 가서 보자”고 말했다.
요동치는 국제유가도 걸림돌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S는 최근 4년 만에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가 관세 유예발표로 다시 폭등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 재부각 여파로 하루 만에 3%대 급락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환율보다 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해운업계는 유가가 떨어지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유가하락은 해운업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해운사의 매출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5%로 유가 상승 시 원가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HMM의 경우 지난해 선박연료 매입액만 1조4420억 원에 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유가하락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하고 있어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면서 “관세 정책이 글로벌 물동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