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수출규제’까지 갈등 격하
항공업계, 환율 리스크에 가장 취약
中 의존도 이차전지社 ‘비상’
유가 급등락…해운·정유업계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행보에 국내 산업계가 극심한 변동성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중국과의 공방이 고조되면서 관세전쟁은 환율전쟁과 원자재전쟁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미국과 중국의 치킨게임은 국내 산업계를 ‘변동성의 절벽’ 끝으로 내몰고 있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27.7원 내린 1456.4원으로 마감했다.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환율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국제원자재 가격과 원화환율의 변동요인 및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과 환율 변동으로 기업 생산비용은 8.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11.4%)의 타격이 서비스산업(4.4%)보다 컸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위안화 평가 절하에 나섰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산 제품의 수출 단가는 낮아지고 중국이 받는 미국의 관세 압박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때에도 관세 공격에 맞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렸고 관세 타격을 3분의 2 수준으로 줄인 바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또한 위안화와 동반 상승하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항공업계는 극심한 환율변동성 리스크에 놓였다. 항공기 리스비, 연료비 등 대부분 고정비용을 달러로 지출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약 350억 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무협은 운송서비스의 환율 변동으로 인한 생산비용이 12%(2022년 기준)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전산업 평균 생산비용 상승률은 2.9%다.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서 원자재 시장 변동성도 확대했다. 이차전지의 경우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의 음극재 소재 중국 의존도는 94.1%에 달한다. 중국 원자재에 의존하는 동시에 미국 수출물량이 많은 이차전지 업계는 미중 무역갈등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유가도 흔든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S는 최근 4년 만에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가 관세 유예발표로 다시 폭등했다. 해운은 유가 상승에 영향을 받는다. 해운사의 매출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5%로 유가 상승 시 원가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HMM의 경우 지난해 선박연료 매입액만 1조4420억 원에 달한다.
정유업계는 유가 하락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유를 구매한 시점과 이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시점의 가격 차이가 생기면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는 정세 불안,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유가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변동성이 확대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호관세는 유예됐지만 기본관세 10%와 자동차·철강 등 25% 품목관세는 여전히 살아 있다. 상호관세가 90일 뒤 부활할 우려도 여전하다. 무협은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은 생산비용과 무역수지 적자를 확대시키는 등 경제에 부정적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했다.